"내년도 반도체ㆍLCD 경기, 어려워 질 수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말이다. 이 회장은 오는 20일 일본 와세다 대학교에서 열리는 학위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전용기편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도 반도체ㆍLCD 경기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확실히는 모르지만 저도 조금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경쟁력이 있는데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
이런 발언은 최근 진행되는 반도체ㆍLCD 가격 하락과 맞물려 주목된다. 특히 반도체는 한국 무역 흑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품목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체 무역 흑자의 47%가 반도체에서 나왔다. 반도체 부문의 막대한 흑자가 다른 부문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신호를 덮는 구실을 한다는 말도 있다. 이른바 '반도체 착시 효과'다. (☞관련 기사: 흔들리는 반도체 신화, 한국 경제 '알몸' 드러나나?)
내년도 반도체 경기가 나빠져서 '반도체 착시 효과'가 사라질 경우, 외국에서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급격히 싸늘해질 수 있다. 1995년 반도체 대호황 다음 해인 1996년이 이런 경우였다. 당시 반도체 가격이 폭락했고, 한국 경제는 '반도체 착시 효과'가 사라진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올해 초 경영에 복귀하면서 반도체 부문에 파격적인 투자를 했다. 공급량을 늘려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반도체 가격이 떨어진 일차적인 원인은 이 회장의 결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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