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태평로 신한금융지주 본사 16층에서 열린 이사회 결과, 신한지주 이사진은 4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표대결을 열어 10대 1로 신 사장의 직무정지를 의결했다. 신 사장 한 명을 제외한 이사 전원이 신 사장 해임을 결정했다. 이사 12명 중 재일동포 사외이사 히리카와 요지 씨는 기권했다.
차기 신한지주 권력구도를 놓고 라응찬 회장측과 신 사장 측의 대대적 폭로전이 벌어져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던 신한지주 사태는 이에 따라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이날 이사회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전성빈 이사회 의장(서강대 교수)은 "양측의 의견을 들었으나 이사회에서는 진위를 판단할 입장에 있지 않고, 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하지만 현재 상태로서는 시장의 걱정과 불확실성이 심하기 때문에 신 사장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대표이사 사장 직무정지안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 사장직 직무정지는 해임과 달리 등기이사 지위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조치다.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확정될 경우 신 사장은 다시 정상적인 업무를 보는 게 가능하다. 아직 신한 사태가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전 의장은 "이번 결정은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왼쪽 첫 번째)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다. 오른쪽 첫 번째 인물은 이백순 신한은행장). ⓒ뉴시스 |
이번 사태는 지난 2일 신한지주가 신 사장을 부당대출(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신한지주는 신 사장이 신한은행장 재직 당시 950억 원 상당의 부당대출을 했고, 이희건 명예회장의 고문료를 횡령했다고 대표이사 사장직 해임을 추진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후계 구도를 놓고 신한지주 경영진 내 갈등이 표면화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신한지주가 법적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신 사장을 해임키로 한 게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라 회장과 신 사장, 그리고 이백순 행장간 갈등이 금융권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긴급 상황을 만들었다는 추측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신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라 회장의 비리혐의를 대대적으로 폭로해 자신을 변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원우종 신한은행 감사와 컨설팅회사 담당자는 증인으로 나서 신 사장의 배임과 횡령 의혹에 대해 사외이사들에게 1시간가량 설명했다. 이들은 라 회장 측 인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신 사장과 함께 배임 혐의로 고소당한 이정원 신한데이타시스템 사장과 전 여신관리부장인 김 모 본부장은 1시간 동안 무혐의를 호소했다.
따라서 추후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되든 신한지주는 적잖은 타격을 입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검찰 수사 결과, 신 사장의 비리 혐의가 사실로 인정되면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신한지주의 지배구조에 큰 흠집이 나게 된다. 신 사장 개인이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그룹 전체에도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금융감독당국 역시 대규모 비리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라 회장 측 역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당장 지난 13일 시민단체들이 라 회장을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라 회장은 지난 2007년 4월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에게 차명계좌를 이용해 50억 원을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라 회장에 대한 수사에도 본격 착수했다.
결국 추후 검찰수사 향방이 어찌되든 신한지주의 지배구조는 물론, 실적에도 적잖은 파국이 오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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