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출시된 이 상품이 새삼스레 주목받은 건 이마트 측이 13일 일반 피자보다 크면서도 가격은 더 저렴한 즉석피자가 8월 한 달간 성수점에서만 6000개 이상 팔려 7000만 원의 매출을 넘어섰다고 밝혔기 때문. 이에 '이마트 피자'가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 오르내리는 등 네티즌들의 주목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피자헛 같은 대형 피자점에 맞서 값싼 피자를 파는 동네 영세 피자가게들의 영역에 대형마트가 숟가락을 얻는다는 비판도 제기된 상태였다.
일부 네티즌이 정용진 회장의 트위터(yjchung68)에 '이마트 피자'에 대한 비판을 남기면서 '설전'이 시작됐다. 아이디 'listentothecity'는 정 부회장에게 "신세계는 소상점들 죽이는 소형 상점 공략을 포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영업자들 피 말리는 치졸한 짓입니다"라는 글을 썼고 이에 정 부회장은 "장을 직접 보시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listentothecity'가 직접 장을 본다며 재래시장과 작은 슈퍼도 함께 살아가야한다고 응수하자 정 부회장은 "많은 분들이 재래시장 이용하면 그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어자피 고객의 선택이다"라고 맞받아쳤다.
'listentothecity'가 "지난 9년 동안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2.9배 늘어난 반면, 일반 슈퍼마켓은 30% 감소했다"며 통계를 인용하자 정 부회장은 "그것이 소비자의 선택이다. 본인은 소비를 실질적으로 하나, 이념적으로 하나"라고 대꾸했다. 이에 이 네티즌은 "소비를 이념적 소비와 실질적 소비로 나눌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비꼬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SSM의 경우 아예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5월 소매점을 상대로한 도매사업에 진출한다는 업무협약을 중소기업청과 체결하고 김동선 중소기업청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뉴시스 |
정 부회장은 다른 트위터 이용자에게도 "한국이 OECD 국가 중 기업형 유통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작다", "요즘 마트 가면 떡볶이, 오뎅, 국수, 튀김 등 안 파는 게 없는데 피자만 문제인가요?"라며 적극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마트의 도매 유통업 진출을 비판하는 한 이용자에게는 "유통업의 존재를 부정합니까?"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 이용자가 "동네 슈퍼와 대형마트의 생태계는 달라야 한다. 독점 자본의 잠입은 옳지 못하다"라고 하자 정 부회장은 다시 "소비를 이념적으로 한다. 님이 걱정하는 만큼 재래시장은 님을 걱정할까요?"라고 맞섰다.
정 부회장은 연이어 제기되는 비판의견에 대해 "마트의 진화를 부정하는듯 들린다"며 "우리도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대기업 CEO가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즉적 피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지난해부터 대형마트가 진출시킨 SSM이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현실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과 네티즌의 설전이 벌어지던 이날 한나라당은 '공정사회·친서민법안' 40개를 발표하면서 최근 사업조정제도 대상이 아닌 가맹 SSM을 규제할 수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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