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2.25%)으로 동결했다. 그동안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해왔던 것과 반대의 결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채권시장에서는 큰 혼란이 빚어졌다. 채권수익률이 기준금리와 연동하기 때문이다. 선물 거래 참가자 대부분은 기준금리 인상을 전제로 포지션을 구축해 왔었다. 한은의 이날 결정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로이터> 등 외신도 일제히 "예상 밖"이라는 보도를 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미국이 경제둔화에 대처해 추가부양하고 있으며 유럽국가 재정문제 등 경기둔화움직임이 보다 커졌다"며 금리동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김 총재는 "금리정상화에 대한 생각은 분명하지만 단기적인 여건 변화를 고려 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금리동결의 한 이유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물가 상승을 방치한다는 뜻인데, 원자재 및 농산물 국제시장 가격 상승과 맞물려 불안을 낳고 있다.
김 총재는 그동안 "물가 상승이 부담스럽다. 물가 안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었다. 그런데 입장을 바꿨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총재는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입장은 변하지 않다. 매달 하는 금통위 결정이라는 것은 그 당시 대내외 여건을 보면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계경제의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 우려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한은은 더블딥 가능성을 낮게 본다. 김 총재는 "전반적으로 봤을 때 대외적인 경제의 불확실성은 계속 남아있다"면서도 "더블딥 가능성 때문에 금리동결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블딥이 아니라면, 이번 결정의 이유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결국 부동산 가격 하락 방지 정도다. 현재 한국의 집값 수준이 적절하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김 총재는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말할 나위 없이 높다"고 인정했다. "주택가격을 올리기 위해 정책을 취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도 곁들였다. 그럼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 대해 그는 "(우리나라) 내수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주택시장이고, 주택건설이 아직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은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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