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프레시앙' 그리고 <프레시안> 애독자 여러분.
<프레시안>은 오늘(9월 24일)로 창간 9주년을 맞습니다. 지난 2001년 9월 24일 창간 이래 지금까지 <프레시안>이 건재한 것은 오로지 여러분이 보내주신 애정과 성원 덕분이었습니다. <프레시안> 종사자들을 대표하여 머리 숙여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또한 앞으로도 지속적인 애정과 성원을 감히 부탁드립니다.
9년 전 오늘, 저희는 <프레시안>을 출범시키면서 전환기의 세계정세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한반도 주민의 나아갈 길을 여러 뜻있는 이들과 함께 모색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좌냐 우냐, 입장의 차이를 따지기보다는 우리의 현실을 보다 깊이 있게 천착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이 가는 길을 무비판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추구할 것을 맹세했습니다.
9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다짐과 맹세를 얼마나 제대로 실천했는가는 온전히 독자 여러분께서 판단해주실 사항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평가를 해본다 해도 썩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그 이유는 우선 저희의 역량과 노력이 아직은 부족한 때문일 것입니다. 언론사 9년의 연륜으로 세상을 '자신만의 눈으로' '깊이 있게' 관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이명박정부 치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후퇴'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현 정부 하에서는 검찰의 <PD수첩> 기소라든가 국정원의 박원순 변호사 고소 등 민주정부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87년 이후 이제는 당연한 권리로 여겨졌던 절차적 민주주의가 유린되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민주주의의 후퇴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계에서는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에 의해 KBS, MBC 등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크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들 공영방송은 90년대 이후 확보된 독립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조중동의 보수헤게모니에 대항하면서 민주주의의 한 보루로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명박정부 이후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KBS, MBC의 독립성 약화와 함께) 조중동헤게모니는 상대적으로 강화된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레시안>과 같은 독립언론의 역할은 불가피하게 민주주의 후퇴와 조중동헤게모니에 저항하고 항의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략 2008년 5월 촛불집회 이후의 상황이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당면한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응해 저항하고 항의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갈 창조적 대안 마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지난 2년여간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저항과 항의에 쏟는 힘만큼 새로운 민주발전을 위한 창조적 대안에 힘을 쏟았는지 자문해 봅니다.
물론 올해 들어 <프레시안>은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 22일에는 국내 유수의 다큐멘타리 사진작가들이 모여 '이미지 프레시안'을 출범시켰습니다. 이들은 4대강 공사 현장 등 글이 아닌 영상을 통해 우리가 처한 시대의 진실을 담아내는 작업을 계속해갈 것입니다. 또 7월 31일에는 그동안의 숙원사업이었던 <프레시안> 서평 웹진 '프레시안 북스'가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프레시안 북스'는 매주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 중에서 좋은 책만을 골라내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에게 평가 작업을 맡기고 있습니다. 서평을 통해 하루 단위로 세상을 보는 저널리즘의 한계를 벗어나 보다 긴 안목으로 우리 시대를 조망해보자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또한 지난 주에는 창간기념 특집으로 대한민국 리더십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비롯해 전문가 좌담과 20대 방담 등을 내보냈습니다.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선출된 지도자가 왜 커다란 실망 속에 물러나게 되는 것인지, 21세기 대한민국 지도자, 아니 한반도 지도자의 조건은 무엇인지 한번 따져보자는 취지에서였습니다.
이러한 시도들이 애초 의도했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시도를 하는 가운데 보다 나은 미래를 열 수 있는 씨앗들이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 <프레시안>은 창간 10년을 향해 나아갑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과연 내년 오늘이면 <프레시안>이 질적인 변화, 지금과는 아주 다른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자문해봅니다. 물론 <프레시안>의 질적인 변화는 단순한 시간의 경과가 아니라 저희들 자신의 주체적 노력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노력에 '프레시앙' 및 <프레시안> 애독자 여러분의 사랑과 관심, 질책과 비판이 더해진다면 <프레시안>의 성장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10년이 되는 내년에는 우리 한반도가 지금보다는 조금은 살기 좋은 곳이 되어 있기를 바라면서, <프레시안>도 이를 위해 힘을 보탤 것을 다짐하면서, 그리고 애독자 여러분께서도 저희와 함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감히 요청하면서 인사말을 마칩니다.
<프레시안> 발행인
박인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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