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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곤파스'보다 무서운 추석 물가, 정부는 '늘 하던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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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곤파스'보다 무서운 추석 물가, 정부는 '늘 하던 대로'

심상치 않은 물가 불안, 뻔한 대책으로 잡을 수 있을까?

서민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가난한 가정일수록 가계에서 식료품비가 높다는 건 상식이다. 이른바 엥겔지수가 높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식료품 가격이 위험수위다. 특히 신선한 야채, 과일, 생선 등이 문제다. 김치 담글 때 필수적인 무값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26.6%포인트 올랐다. 마늘은 85.0%포인트, 수박은 72.6%포인트 올랐다.

게다가 추석이 채 3주도 남지 않았다. 차례상 차리기, 명절 손님 치르기 등 신선 식품 수요가 대폭 늘어나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 불안감은 더욱 고조된다. 2일 새벽 한반도를 휩쓴 태풍 '곤파스'도 변수다. 차례상에서 빠뜨릴 수 없는 배와 밤 등이 이번 태풍으로 많이 상했기 때문이다. 이번 태풍에 따른 전체 피해는 현재 집계 중이다. 그러나 2일 오전까지 집계된 것만으로도 이미 과수용지 500ha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은 고스란히 추석 물가에 반영된다.

추석 민심에 민감한 정부로서는 긴장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묘한 일이다. 정부 대책에는 긴장감이 없다. 정부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추석민생 안정방안'을 내놨다. 주요 성수품 15개와 개인서비스요금 6개 등 특별 점검품목 21개를 선정해 오는 20일까지 매일 점검하고 대응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품목은 무, 배추, 사과, 배,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 밤, 대추, 명태, 고등어, 갈치, 조기, 오징어, 찜질방료, 목욕료, 이미용료, 삼겹살(외식), 돼지갈비(외식) 등이다.

그리고 정부는 제수용품 공급량을 최대 4배까지 늘리고 수급이 불안한 품목인 무, 배추, 사과, 배 등의 비축물량 방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농식품수산부는 오는 3일 오전부터 고등어 710t(톤)과 냉동오징어 107t, 마른오징어 40t 등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수산물 857t을 시중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딱 여기까지다. 새로운 게 없다. 예년에도 명절을 앞둔 시점이면 늘 나왔던 것들이다. 문제는 이번에 닥친 물가 폭등이 예년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늘 하던 대로'의 대응이 불안해 보이는 한 이유다.

지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 8월 신선식품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0.0%다. 신선식품 물가가 이보다 높았던 때는 6년 전인 2004년 8월(22.9%)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2003년 10월에도 한 번 신선식품 물가상승률이 20.5%로 치솟았던 적이 있었다. 10년에 2~3번 있을까 말까 한 물가 위기가 닥친 셈이다.지난달 전기요금을 시작으로 줄줄이 인상이 예고된 공공요금도 물가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공공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7%, 지난달 대비 0.4% 상승했다. 가스료는 이달부터 오른다.

더 큰 문제는 나라밖에 있다. 이른바 '차이나플레이션'과 '애그플레이션'이다. 차이나(China)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차이나플레이션(Chinaflation)'은 최근 중국 물가 상승을 가리키는 말이다. 세계에 값싼 물건을 공급해 왔던, 그래서 선진국의 서민이 적은 소득으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했던 중국이 요즘 변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고 있고, 이게 수출 가격에도 반영된다. 이는 중국에서 값싼 물건을 수입해 왔던 모든 나라의 서민 생계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2000년대 초 정보기술(IT) 거품이 빠진 뒤, 투자할 곳을 찾아 헤매던 국제 투기자본이 농산물을 비롯한 원자재 시장에 몰리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기후 변화로 농산물 공급이 준 것도 한 이유다. 식량자급률이 낮은 한국에겐 치명적인 위협이다.

지난 1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낸 "글로벌 식량 공급불안, 한국경제를 위협하는가"라는 보고서는 올해 하반기 국제시장에서 곡물 가격이 상반기에 비해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소맥(밀)은 35.7%포인트, 대두(콩)가 20.5%포인트, 옥수수가 17.1%포인트 오른다는 게다. 기상이변이 심해져 공급이 더 줄어들면 상승률은 소맥 52.7%포인트, 대두 42.2%포인트, 옥수수 39.8%포인트로 치솟는다.국제 곡물 시장 가격과 국내 가격 사이에는 시차가 있다. 이런 가격 상승을 국내 소비자가 체감하는 것은 올해 말로 예상된다.

'늘 하던 대로'의 추석 물가 대책이 불안해 보이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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