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후폭풍이 밥상을 때렸다. 폭염이 휩쓴 뒤, 야채, 생선, 과일 등의 가격이 폭등했다. 1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무 가격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26.6%포인트 올랐다. 마늘은 85.0%포인트, 수박은 72.6%포인트, 포도는 43.4%포인트, 배추는 35.9%포인트 올랐다. 잡은 지 오래되지 않은 신선한 수산물 가격 역시 11.0%포인트 올랐다. 첫 번째 이유는 최근의 폭염이다. 밭에서는 농작물이 시들었고, 바다에선 어획량이 줄었다.
추석이 3주 앞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한숨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일 구조적 물가 안정 및 추석 물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식료품 가격 폭등은 한국만 겪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은 전 세계 주부들의 골칫거리가 됐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화년 수석연구원은 1일 "글로벌 식량 공급불안, 한국경제를 위협하는가"라는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결론은 어둡다. "올해 하반기에도 곡물가격 오름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상재해로 인한 식량 공급 감소, 신흥국의 식량 수요 증가, 그리고 투기자금 유입이 주요 이유다. 여기에 겹쳐 '차이나플레이션(Chinaflation)'도 변수다. 최근 중국 소비자물가 인상폭이 3%를 넘었다. 이는 중국에서 식료품을 수입하는 나라에게도 물가 인상 요인이 된다.
김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국제시장에서 소맥(밀)이 상반기보다 35.7%포인트, 대두(콩)가 20.5%포인트, 옥수수가 17.1%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기상이변이 심해져 공급이 더 줄어들면 상승률은 소맥 52.7%포인트, 대두 42.2%포인트, 옥수수 39.8%포인트로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곡물은 대부분 한국이 수입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국제시장에서의 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된다. 김 연구원은 이런 인상 효과가 올해 11월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석 이후'가 더 큰 문제라는 이야기다.
가난한 가정들일수록 식료품 가격에 민감하다. 이른바 엥겔지수가 높다는 말이다. '친서민'을 내세운 현 정부가 식료품 가격 급등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