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기어!'… 글쎄, 옛 DOC가 아니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 기어!'… 글쎄, 옛 DOC가 아니네

[김봉현의 블랙비트] 6년 만에 돌아온 악동들 DJ DOC

디제이 디오시(DJ DOC)라는 그룹을 한마디로 규정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댄스/힙합 구도로 살펴보자. 그들은 댄스 그룹인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우리는 그들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몇몇 히트 댄스곡을 함께 생각해낼 수 있다. 실제로 그들은 오랫동안 '댄스가수'였다.

그러나 그들이 힙합 레이블 부다 사운드(Buda Sound)의 주축으로서 많은 후배 힙합 뮤지션과 교류를 해오고 있으며 그동안 '힙합에 가까운' 곡을 적지 않게 발표했다는 사실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내친 김에 더 늘어놓아보자. 디제이 디오시가 힙합으로 분류되는 까닭에는 두어 가지가 더 있다. 첫 번째로 이하늘의 랩이다. 이하늘의 랩이 기술적으로 굉장히 뛰어나거나 가사적으로 훌륭한 형식미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랩은 '그저 노래의 양념 구실을 하는 주류 가요계 댄스 그룹 멤버의 랩으로 치부하기에는 아깝다', '이하늘의 깔끔한 하이 톤 랩은 한국 래퍼들 가운데에서도 보기 드문 스타일이다'라는 식의 호평을 받아왔다.

두 번째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는데, 바로 디제이 디오시의 태도다. 우리가 언젠가부터 디제이 디오시를 힙합과 결부해 생각하게 된 이유에는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모르겠어>, <삐걱삐걱>, <L.I.E.>, <포조리> 등에서 볼 수 있었던 거침없는 태도가 큰 작용을 하지 않았을까? 흔히 '기성체제를 향한 저항'이라고 일컬어지는 힙합 특유의 태도가 디제이 디오시의 그것과 맞닿아 있기 때문은 아니었냐는 이야기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이하늘은 "예능 프로그램 강심장에 출연하지 않으면 SBS 인기가요에 출연시켜주지 않는다"는 과감한(?) 발언으로 다시 한 번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바 있다(노파심에 일러두지만 음악에 드러나는 그들의 반골 성향이나 실제로 그들이 저지른 몇몇 사고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하거나 미화하고자 함이 아님을 밝힌다).

▲디제이 디오시는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선에서 한국 대중음악의 수준을 한차원 높여왔다. 이번 앨범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비평이 줄어들었다면, 이는 그만큼 그들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뉴시스

댄스/힙합 구도가 아닌 딴따라/뮤지션 구도로 보아도 디제이 디오시를 규정짓기란 어렵다(여기서 딴따라는 아티스트의 반대 개념 정도로 사용한다). 인터뷰나 기사 등을 살펴보면 그들에게 음악적인 큰 욕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을 '거침없고 놀기 좋아하는 딴따라'로 규정하려고 하니 다섯 번째 앨범 [The Life...Doc Blues](2000)가 걸린다. 반항, 독설, 허심탄회 등으로 나타나는 그들의 진솔한 태도와 탄탄한 음악이 조화된 이 앨범은 한국 대중음악 전체를 통틀어서도 순위권 안에 드는 명작이다. 즉 단순하게 말하자면, 디제이 디오시는 마음만 먹으면 이런 작품도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이들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규정짓기 힘든 이들의 특성은 새 앨범 [풍류]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고민이 깃들게 한다. 어떻게 볼 것인가? 그래서 나는 디제이 디오시를 지켜봐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세 가지 기준으로 앨범을 조명해보기로 했다.

먼저 디제이 디오시 표 '신나는 댄스'. 이하늘의 동생 이현배가 멤버로 있는 그룹 45RPM의 노래 <Tonight>을 재활용한 <이리로>는 논외로 하자. 앨범의 대표 댄스곡은 <나 이런 사람이야>와 <투게더>다.

그러나 두 곡 다 어딘가 조금씩 개운치 못한 느낌이다. 팀버랜드(Timbaland)의 <Way I Are>가 연상되기도 하는 타이틀곡 <나 이런 사람이야>는 선동성과 파괴력 면에서 명백히 예전 타이틀곡 <런투유>와 <I Wanna>에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어중간한 후렴이 곡의 매력을 저하시키는 모양새다.

<투게더>는 곡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용감한형제의 수많은 복제품 중 하나라는 사실이 마음에 걸리는 경우다. 우리는 다른 여러 가수의 노래에서, 특히 남성 듀오 원투에게서 <투게더>와 많이 닮아 있는 곡을 발견할 수 있다. 감상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비평에는 문제가 된다.

▲디제이 디오시의 일곱 번째 정규앨범 [풍류]. ⓒCJ뮤직
다음으로 디제이 디오시만의 진솔함. <D.O.C Blues>나 <돌아보면 청춘> 등에서 느낄 수 있었던 그 정서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 앨범에서도 그만큼 가슴팍에 와 닿는 노래를 발견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없다. 그들은 <In To The Rain>과 <서커스>에서 다시 인생살이에 대해 논하지만 그전보다 더 얕아진 동어반복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결기. 좋게 말하면 부조리한 세상과 맞장 뜨기, 나쁘게 말하면 성질 참지 못하고 지르고 다녔던 그들의 결기 말이다. 새 앨범에서는, 한마디로 결기가 많이 죽었다.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순간을 찾기가 힘들다. 옛 애인을 모욕한 선배 가수에게 부치는 편지를 결기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안 좋은 소리만 늘어놓은 것 같은데, 사실 기대를 내려놓는다면 [풍류]는 그럭저럭 준수한 댄스와 발라드가 포진한 주류 가요(+랩) 앨범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디제이 디오시는 속칭 '딴따라-댄스 가수'만이 아니므로 나는 이 정도의 앨범에 쿨하게 만족할 수가 없다. 쿨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그들이 어떠한 음악을 하든 자유다. 팬의 기대에 보답할 의무도 없다. 또 자의든 타의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신나는 댄스음악을, 진솔한 메시지를, 결기를 더 이상 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하던 것을 계속하든, 새로운 것을 하든, 분명한 것은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풍류]를 바라보면, 대체로 '하던 것을 또 했지만' 예전만 못한 인상이고 몇몇 발라드 곡에서 찾아낼 수 있는 키워드는 '안주'다. 그들이 연신 '나 이런 사람이야!'를 외쳐도 그다지 동의할 수가 없는 까닭이다.



*필자의 블로그에서 더 많은 음악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http://kbhman.tistory.com)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