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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 시동…금융계, 태풍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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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 시동…금융계, 태풍 온다

인수 의지 강한 하나금융, 문제는 현금 동원력

10년짜리 민영화 프로젝트가 막판 스퍼트를 앞두고 있다. 시장에 나온 것은 우리금융지주. 외환위기로 발생한 은행 부실을 처리하기 위해 지난 2001년 3월 만들어진 곳이다.

우리금융지주는 한빛은행(상업은행·한일은행)과 평화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우리종합금융 등 5개 회사의 주식이전을 통해 설립됐으며, 공적자금 12조7663억 원이 투입됐다. 출범 당시에는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100%가 정부(예금보험공사) 소유였다. 이후 지분이 조금씩 팔렸고, 지금은 정부 지분이 57%다. 이걸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 그리고 누구에게 팔 것인가. 답이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따라 한국 금융의 지도가 바뀐다.

공자위 "우리금융, 내년 상반기까지 민영화"

30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가 답안지를 메우기 시작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자위 전체회의에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일정이 확정됐다. 시한은 내년 상반기까지, 방식은 '분리매각'이다. 우리금융지주 자회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따로 떼어내서 판다는 것. 경남은행은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광주은행은 전북은행과 광주·전남지역 상공회의소 등이 눈독을 들여 왔다. 매각 성사로 들어온 현금은 우리금융지주의 몸값을 높여준다. 반면, 우리투자증권은 우리금융지주와 묶어서 팔기로 했다. 모두 우리금융지주의 매각 가치 극대화를 위한 조치다.

그럼 얼마만큼 팔겠다는 건가. '민영화 취지에 부합하는 만큼'이 기준이다. 정부가 갖고 있던 경영권을 민간에 넘긴다는 뜻이다. 그동안 정부는 블록세일(block sale,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일정 지분을 쪼개서 파는 것) 방식으로 지분을 팔아왔다. 하지만, 이제 정부가 갖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57%를 30%이하로 낮추겠다는 게다.

▲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전체회의. ⓒ뉴시스

"누가 우리금융을 차지할 것인가?…한국 금융, 판이 바뀐다"

이제 진짜 문제가 남았다. 누구에게 파느냐다. 이 대목에서 답안지가 비어있다. 일단, 가장 의욕적으로 덤벼드는 후보는 하나금융지주다. 현재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196조 원으로, 자산이 300조 원이 넘는 KB금융이나 신한금융과 경쟁하기에 역부족이다. 최근에는 기업은행마저 바짝 쫓아왔다. 4위 자리마저 위태롭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자산규모가 521조 원이 돼 업계 1위로 뛰어오른다.

다른 가능성도 있다. KB금융지주가 인수하는 경우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63학번으로 이 대통령의 2년 후배다. 이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배경이 든든한 어 회장이다. 그리고 그는 정식 취임 전부터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다. 만약 KB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면, 자산규모가 650조 원을 넘어 아시아 9위권의 금융기관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문했던 '메가뱅크'가 탄생하는 셈이다.

어 회장 취임 당시에 관심을 모았던 이런 시나리오는,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높게 점치기 어렵다. 어 회장이 "향후 3~5년간 은행이나 증권사를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한금융지주가 인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신한금융은 LG카드 인수 당시 발행한 회사채를 완전히 상납하지 못한 상태다. 인수·합병에 뜻이 없다는 입장이 견고하다.

하나금융, '코끼리 삼킨 보아뱀' 될까

결국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게 될까. 현 시점에서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지만, 문제도 많다. KB금융(자산 325조6000억 원)이나 신한금융(자산 313조4000억 원)은 우리금융(자산 325조4000억 원)과 덩치가 엇비슷하다. 그러나 하나금융(자산 196조 원)은 다르다.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한다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꼴이 된다.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 측은 주식 맞교환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정부 지분 가운데 일부를 국민연금과 같은 우호적 투자자에게 매각하고, 나머지 지분을 하나금융 주식과 맞교환한다는 것. 또는 정부 지분 가운데 일부는 현금으로 사들이고 나머지를 주식 맞교환하는 것. 이렇게 하면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경영권을 가질 수 있다. 하나금융 주식 가격이 우리금융 주식보다 훨씬 높아서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약점이 있다. 우선 정부가 하나은행 주식 상당부분을 갖는 형식이어서, '완전한 은행 민영화'라는 정책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 정부가 하나금융을 위해 다양한 배려를 한다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한 방식이라는 점도 문제다. '하나은행 봐주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다. 오래전부터 친분이 두터웠다. '봐주기'라는 말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진짜 변수는 하나금융의 현금 동원력이다. 정부가 '완전한 민영화'를 원할 경우, 하나금융은 정부(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합병지주사 지분을 일정 기간 안에 되사오는 옵션을 걸거나 정부가 블록세일을 통해 보유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약속을 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모두 현금이 필요한 약속들이다. 하나금융이 정부 지분 가운데 절반을 현금으로 지급할 경우 3조6000억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현금 소요액은 더 늘어난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자체조달할 수 있는 한계를 약 2조 원으로 본다.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변수는 또 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다. 주식매수 청구권이란, 인수·합병 등 주주의 이익과 중대한 관계가 있는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가 자기 소유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회사가 사들이도록 요구하는 권리다. 주주들이 이런 권리를 행사하면, 현금 소요액은 가파르게 늘어난다. 자체조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자금을 어디서 끌어올지가 관건이다.

복병은 KB금융, 어지러운 민영화 일정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우리금융 민영화는 난항을 겪게 된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현금이 풍부한 KB금융이 인수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KB금융은 '의지'만 있다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데 무리가 없다. 어 회장이 취임 직후 한 말을 뒤집는 부담 정도가 장애물이다.

문제는 이 경우 생겨날 '메가뱅크'의 경쟁력이다. 어 회장이 우리금융 인수 의지를 밝혔을 때, 맥쿼리 증권은 "비록 KB금융은 소매 쪽에, 우리금융은 기업금융 쪽에 강점을 두고 있어 업무영역이 다르기는 하지만 수입 면에서 시너지를 내기는 쉽지 않다"라는 보고서를 냈었다. 한 마디로, 대형 부실은행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실은행을 모아 만든 우리금융, 예나 지금이나 골치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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