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다시피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명분 없는 전쟁, 경제 불황 등에 지친 미국민에게 오바마는 통합과 희망의 상징이었다. 무엇보다 오바마의 당선은 아프로-아메리칸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미국 역사 233년 만의 첫 흑인 대통령 당선은 두말할 것 없이 그 자체로 혁명이었다. 인종 차별과 사회적 장벽에 오랫동안 가로막혀온 흑인들은 오바마에게서 자신들의 가능성과 꿈을 발견했다. 그들에게 오바마는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를 잇는 지도자였다.
선거 기간 동안 오바마는 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리고 그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그 중심에 '힙합'이라는 두 글자가 당당히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힙합과 오바마. 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억지로 한번 엮어보려는 게 아니다. 실제로 오바마의 당선 후 미국에서는 이러한 논쟁이 일었다. '오바마는 미국 최초의 힙합 대통령인가(Is Obama the first hip-hop president)?' 가히 문화 대통령 서태지와 농구 대통령 허재를 잇는 또 하나의 대통령 논란이라 부를 만하다. 왜 이러한 논란이 일게 된 걸까.
▲최초의 힙합 대통령?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에이즈(HIV-AIDS)공동체 환영회 연설을 마친 후 내빈들에게 윙크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먼저, 오바마 자신이 힙합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아이팟에 래퍼 제이-지(Jay-Z)의 음악이 들어있다고 말한 바 있고, 연설 중에는 제이-지의 히트곡 <Dirt Off Your Shoulder>를 연상하게 하는 간단한 퍼포먼스를 한 적도 있다. 또한 래퍼 루다크리스(Ludacris)와는 에이즈 예방 대책을 함께 논의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힙합 리스너들에게 친숙한 미국의 흑인 엔터테인먼트 채널 BET의 인기 프로그램 <106&Park>에 인터뷰이로 출연한 적도 있다.
오바마의 젊은 나이를 힙합과 묶어 바라보려는 시각도 있다. 1961년생으로 50살이 채 되지 않은 젊은 대통령인 그가 힙합의 태동과 부흥을 동시대에 함께해온 세대라는 것이다. 혹자는 오바마의 고교 마지막 시절인 1979년에 힙합이 뉴욕에서 태동했음을 상기할 때 오바마는 1세대 힙합 리스너라고 볼 수 있으며, 컨트리 록이 아닌 힙합을 듣고 자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힙합레이블 데프 잼(Def Jam)의 창시자이자 힙합 1세대 원로로 존중받는 러셀 시몬스(Russell Simmons)는 오바마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오바마의 당선은 마치 런 디엠시(Run DMC)가 MTV에 출연했을 때와 같다. 당시에는 진정한 거리의 삶을 말하는 흑인 아티스트가 MTV에 출연한 경우가 없었다. 그러나 힙합이 그 장벽을 부수었다. 힙합은 항상 이런 태도를 견지해왔다. '왜 안돼(Why Not)?'같은 것 말이다."
다음으로, 아마 '오바마 = 힙합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사람들이 갖게 된 가장 큰 원인일 듯한데, 바로 선거기간 동안 이루어진 현역 힙합뮤지션들의 오바마를 향한 자발적 지지와 유세다. 대부분이 아프로-아메리칸인 힙합 뮤지션들은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리더 윌아이엠(Will.I.Am)은 오바마의 연설에 영감을 받아 <Yes, We Can>이라는 영상을 제작했다. 오바마의 연설 일부를 샘플링(!)해 간단한 기타 연주와 멜로디를 얹은 이 영상에는 많은 뮤지션 및 배우가 출연해 오바마와 입을 맞춘다. 선풍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영상을 아래에 링크하니 꼭 감상하시길 바란다. 이야기는 다음 회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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