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28일 정부와 정치권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재벌의 대 정부 협상 창구 역할을 해 왔던 전경련으로서는 몹시 이례적인 일이다. 현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 기조를 내세우며 대기업 친화적인 행보를 취한 것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이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을 챙기는 모양새를 취한 것과 맞물려 주목된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28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제주 하계포럼 개회사에서 "천안함 침몰 등 국가 안보가 큰 위협을 받고 있는데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에게 국가적 위기를 제대로 알리지 못해 국민도 이게 위기인지 아닌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세종시 사업이 당리당략에 밀려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고 4대강 사업도 반대 세력의 여론몰이에 중단될 위기다"라며 "나라가 올바르게 나가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 국가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정치권은 대한민국의 근본인 자유민주주의의 시장경제 가치관을 굳건히 하는 데 힘쓰고 특히 국가 안보를 해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 10년 간 10∼20퍼센트에 이르던 투자증가율이 2∼3퍼센트 대로 내려갔다는 점, 신수종 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한국 경제가 '노후화'한 징후라는 게다. 그런데 이런 지적은 정부가 대기업에게 요구하는 것과 똑같다. 새로운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책임을 정부와 재벌이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다.
LG전자 부사장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 등을 거쳐 2008년부터 전경련에서 일해온 정 부회장은 지난 6일 조석래 회장이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실상 공석이 된 전경련 회장직을 대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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