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음악 등지에서 다른 사람이 먼저 만들어 놓은 특징적인 부분을 모방해 자신의 작품에 집어넣는 기법을 의미한다. 주로 익살 또는 풍자를 목적으로 한다. 보통 패러디 요소가 들어간 작품은 패러디했음을 감추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보는 사람에게 웃음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패러디 기법은 비단 예술작품 뿐 아니라 효과적인 개그 소재로도 빈번히 사용된다. 오마주(Homage)와는 용례를 구별하여 쓰는 것이 보통인데, 전자는 익살 내지 풍자가 주된 목적인 반면, 후자는 원작자에 대한 존경의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패러디는 거의 모든 예술을 대상으로 한다. 음악도 예외는 아니고 힙합 역시 피해갈 수 없다. 아니, 힙합은 패러디와 각별한(?) 관계다. 통계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나는 힙합이 모든 음악 장르를 통틀어 현재 가장 많은 패러디를 받고 있는 장르라고 확신한다. 실제로 구글이나 유투브에서 검색하면 힙합 뮤지션이나 힙합 음악을 다양한 주체가 다양한 기법으로 패러디한 게시물을 손쉽게 '잔뜩' 찾을 수 있다.
왜 그러는 걸까? 힙합이 만만한 걸까? 찾아낼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이유는 '인기가 많아서'다. 지금, 현재, 가장 뜨거운 음악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빌보드를 비롯한 세계 주류 음악시장의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고 있는 흑인음악의 기세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유브이(UV)는 결국 앨범(집행유애)까지 냈다. 유세윤의 패러디는 단순히 재미만을 주는 것 이상을 보여준다. ⓒ소니뮤직코리아 |
그러나 이 정도로는 좀 싱겁다. 흡사 여자친구가 '넌 내가 왜 좋아?'라고 물었는데 '여자라서'라고 대답한 느낌이다. 빨리 다른 여자가 아닌 오직 그녀이기 때문에 좋은 이유를 찾아야 한다. 나는 지금 조급하다. 초조하다. 빨리 찾아야 한다.
고민 끝에 나는 외국인 친구 KJ에게 넌지시 도움을 청했다. KJ는 내 말을 듣자마자 바로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It's not about the music. It's about the money, man." 한마디로 돈 때문이라는 것이다. 패러디의 주체들은 힙합의 음악적 특성에는 관심이 없으며, 그저 인기 있는 음악이기 때문에 건드리면 더 많은 화제를 일으키고 더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높아서 그러는 것뿐이다, 라는 말이었다. 녀석, 꽤나 냉소적이군. 뜨거운 가슴을 지니고 있지 않아.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말도 결국 똑같은 말이잖아!!
정말 이것뿐일까?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쓰지도 않았을 테니까(이렇게 나는 KJ가 미리 짜놓은 글의 플롯에 임의로 끼워 넣은 가상의 인물이라는 사실을 고백해버리고 만다). 이것은 나만의 고민이 아니다. 외국에서도 '힙합이 빈번히 패러디되는 이유'에 대한 의문과 의견은 제법 분분하다. 그중 살짝 음모론 냄새가 나면서도 묘하게 설득력 있는 한 시각을 소개하자면 대충 이렇다.
아프로-아메리칸(쉽게 말해 흑인)이 창시하고 주도하고 있는 힙합 문화를 백인 중심의 미국 주류 사회가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음은 물론이요 인정하려들지도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패러디를 통해 의도적으로 힙합 문화를 희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힙합을 패러디한 음악이나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그것이 반복될수록 자기도 모르게 힙합을 단지 '우스꽝스러운 문화'로 치부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 론리 아일랜드는 미국 인기 코미디쇼 SNL 출연으로 화제를 모아 앨범까지 냈다. ⓒ유니버설뮤직 |
그러나 이 글에서 이러한 인종·체제 간 대립과 갈등에 초점을 맞출 생각은 별로 없다. 또 허점을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주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보다 본질적인 힙합의 속성을 가지고 글을 풀어갈 생각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미국의 코미디언 그룹이자 패러디 앨범을 발표한 론리 아일랜드(Lonely Island)와 한국의 론리 아일랜드라고 불리며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유브이(UV)를 통해 다음 회에서 계속된다.
PS. 몇 가지 힙합 패러디를 영상으로 준비해보았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호기심이 발동한 독자가 있다면, 다음 회가 올라올 때까지 아래 영상들을 보면서 '이것들의 재미 포인트는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필자의 블로그에서 더 많은 음악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http://kbhm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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