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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삿바늘에 찔리고, 배관실에서 밥 먹는 우리는…"

'따듯한 밥 한 끼의 권리'와 병원 청소노동자

"새벽 3~4시에 일어나 출근해서 병동으로 올라가요. 간호사실 뒤편으로 가면 밤새 쌓여 있는 쓰레기가 넘쳐나서 뭘 어떻게 손봐야 할지 난감할 정도에요. 대소변이 묻어 있는 환자 기저귀와 사용한 주삿바늘, 투석기구 등이 7리터들이 비닐 봉투로 3~4개씩 나와요. 치우는 중에 주삿바늘에 찔리거나 다치면 병원에서는 기본적인 치료만 해줘요. 바늘이 어떤 환자에게 쓰였는지도 모르는데."

지난달 30일 서울 성북 고려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이 빈곤사회연대 소속 대학생들의 간담회에서 쏟아냈던 푸념의 일부다. 이들은 병원 측을 상대로 치료비 지원 등의 대책을 요구했지만 "다음 계약 갱신 때 논의해보자"라는 말만 되돌아왔다. 노동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청소 노동자 중에서도 병원 청소 노동자는 특히 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청소 노동자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결성된 '따듯한 밥 한 끼의 권리' 캠페인단은 7일 고대병원 청소노동자 74명 중 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53명 중 절반 이상인 31명이 병원에서 일하는 도중 다친 경험이 있었고, 이 중 가장 많은 사고가 주삿바늘에 찔린 경우(15건)로 나타났다.

다친 이들 중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는 9명에 그쳤고 나머지는 다른 병원에 가거나(3명), 집에서 혼자 치료한 것(8명)으로 나타났다.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는 이들도 9명이나 됐다. 10명 중 7명 이상이 스스로 치료비를 부담했고, 병원 측에서 부담했다고 대답한 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이 평균 지출한 치료비는 18만6750원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받은 임금은 한 달에 100만 원에 미치지 못한다.

근무 여건 역시 다른 청소 노동자처럼 고되긴 마찬가지다. 이들의 정식 출근 시간은 오전 6시지만 절대다수가 1시간 이상 일찍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병동 6실을 3시간 안에 청소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0명 중 8명 이상이 한 끼니 이상을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3명 중 2명은 배관과 전선 등이 지나가는 'PS실'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휴게실이 없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끼니를 해결한다는 응답도 나왔다. 구내식당에서 파는 식사는 한 끼에 3000원 가량으로 응답자 대다수가 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캠페인단은 8일 고려대병원을 이용하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청소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고 병원 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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