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방제 작업에 쓰이는 유화제가 심각한 '2차 오염'을 일으키는 사실이 독성 시험으로 확인됐다. 유화제를 처리한 원유 추출액에서 물고기의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이는 유화제가 물고기에게 심각한 독성 물질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방증이다.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와 네오엔비즈 환경안전연구소는 28일 공동으로 충청남도 태안군 만리포, 천리포 인근의 기름 오염 해수를 이용해 미생물, 물고기 등의 생존율을 알아보았다. 이 시험에는 해수 시험을 할 때 통상적으로 쓰이는 양두모치 등이 이용되었다.
시험 결과를 보면, 유화제를 처리하지 않은 원유 추출액과 비교했을 때 유화제를 처리한 원유 추출액에서 시험용 물고기의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환경연합 등은 "이런 시험 결과는 유화제가 기름이 물고기의 사망률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환경연합 등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유화제가 이번에 유출된 원유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것을 사용했을 때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의 실험 자료가 필요하다"며 "이런 자료에 기반을 두고 국내 해양 환경에 적합한 유화제 사용과 관련된 세부 사항(시점, 용량, 장소) 지침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바다 위 기름 막을 제거하는 데 쓰이는 유화제는 기름을 없애는 게 아니라 기름을 잘게 부숴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든다. 이렇게 잘게 쪼개진 기름은 미생물, 물고기가 더 빨리 흡수할 수 있어서 또 다른 2차 오염의 주범이라는 경고가 계속 있었다. 지난 1995년 시프린스 호 사고 때도 유화제의 무차별 사용이 2차 오염을 일으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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