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프레시안>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초래할 광우병 위험 때문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위험과 관련된 정보를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 이른바 '전문가'로 불리는 이들과 조ㆍ 중ㆍ 동과 같은 언론은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른바 '황우석 사태'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바로 그때 <프레시안>을 만났다. 2005년 말부터 <프레시안>과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보건의료연합,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 등은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미국산 쇠고기의 진실을 파헤치고자 노력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런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납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였다. 납은 옛부터 독물로 알려져 왔다. 납은 빈혈증, 신장암, 뇌 손상, 복부 통증, 체중 감소, 허약 체질, 생식기 장애, 유산, 환각, 정신 착란 등을 일으킨다. 이런 사정 탓에 이미 19세기 말부터 세계 곳곳에서 납을 규제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제너럴모터스(GM)'가 휘발유에 납을 첨가하면 엔진의 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자 미국 정부와 산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전문가는 앞장서서 "휘발유 속의 납이 인간의 건강을 해친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며 대중을 속였다.
이들은 "납이 인간의 몸속에서 '자연' 발생하고, 인체는 저강도의 납 노출을 '자연스럽게' 제거한다"는 거짓 주장까지 유포했다. 정부, 기업, 언론, 학계는 1922년부터 1973년까지 무려 50년 가까이 진실을 은폐했다. 이 과정에서 미량의 납에 노출된 어린이들이 심각한 학습 장애와 인격 장애를 드러낸다고 주장한 과학자를 위협하고 괴롭혔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도 납 문제와 비슷하다. 미국의 사료 정책은 소나 양 같은 되새김질 동물의 사체를 원료로 만든 동물성 사료를 돼지나 닭에게 먹이고, 돼지나 닭의 사체를 원료로 만든 동물성 사료를 소에게 먹이도록 허용함으로써 광우병 '교차 오염'의 위험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은 도축 소의 0.1%만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도축장의 위생 상태가 불량하여 광우병 위험 물질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타이슨푸드, 카길 등 초국적 농기업과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 정부와 의회는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사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관한 국내 언론의 보도 태도를 둘러싼 지형은 삼성재벌의 비리를 다루는 입장과 놀랄 만큼 똑같다. 삼성재벌, 청와대, 한나라당, 대통합신당, 검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이 부패와 비리에 교차 감염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하는 강한 의심이 들 정도다.
<프레시안> 같은 독립 언론이 살아야 정ㆍ 경ㆍ 언의 유착으로 인한 교차 감염을 막을 수 있다. <서경(書經)>에는 "물이 말라 없는데 배를 띄운다(罔水行舟)"는 구절이 나온다. 물이 다 빠져버린 개펄에 배를 띄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없다. 배를 띄우기 위해서는 물참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 '프레시앙'이 되는 것은 한국 사회가 한결 정치적으로 자유로워지고, 더 경제적으로 평등해지고, 외국인 노동자나 성적 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이 향상되는 그러한 물때를 기다리는 일이 아닐까? 기다림은 우리의 꿈과 희망의 다른 말인지도 모른다. 아니 우리의 꿈과 희망에 그리움을 하나 더 보탠 말인지도 모른다.
자, 물참을 기다리는 이들이여! 우리의 꿈과 희망과 그리움의 배를 띄우기 위해 함께 프레시앙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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