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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타는 얼음' 신기하긴 해도, 따질 건 따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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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불 타는 얼음' 신기하긴 해도, 따질 건 따지자

[분석] 가스하이드레이트, 과연 '미래 에너지'인가?

25일 대다수 언론은 동해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Gas Hydrate)를 찾았다는 사실을 크게 보도했다. "동해서 차세대 에너지원 찾았다"(<조선일보>), "미래 에너지 '불타는 얼음' 동해서 실물 채취 성공"(<중앙일보>), "'불타는 얼음' 동해서 뽑아냈다"(<한겨레>), "'불타는 얼음' 동해서 채취 성공"(<경향신문>) 등 찬사 일색의 제목은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보도의 핵심은 이렇다. 국내의 천연가스 소비량 30년분에 달하는 약 6억 톤(t)에 달하는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동해에 매장돼 있고, 이 개발만 성공하면 에너지 자립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흥분한 일부 언론은 사설까지 쓰면서 이 가스하이드레이트 발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과연 언론 보도대로 기뻐할 일일까?
▲ 산업자원부는 24일 동해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발견한 사실을 공개하며, 연소 시연회를 가졌다. ⓒ산업자원부

개발 비용 상상 초월…상업 개발 가능할지 미지수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압력이 높고 온도가 낮은 극지방이나 심해 밑바닥에서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CH₄)이 물과 결합해 고체 형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 1리터(ℓ)에는 약 164ℓ의 메탄이 함유돼 있다. 만약 가스하이드레이트에서 메탄만 분리해 낸다면 갈수록 늘고 있는 천연가스 수요를 만족시킬 새로운 자원으로 각광받을 것이다.

24일 가스하이드레이트사업단장 대신 기자 회견에 나선 이재훈 산업자원부 제2차관도 이 사실을 알리며 가스하이드레이트에서 메탄을 분리해 내는 데 올해만 총 434억 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이 차관은 "막대한 양의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대륙붕에서 개발·생산해 온 국민의 염원인 에너지 자립화를 이뤄 선진대국에 진입할 초석을 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바람이 이뤄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적다. 우선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캐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심해 바닥에 엷은 층으로 넓게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넓은 지역을 파 엎어야 한다.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캐내는 데 기존의 석유, 가스 채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투여할 수밖에 없다. 채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얘기다.

일단 캐낸 가스하이드레이트에서 메탄을 분리해내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스하이드레이트에서 메탄을 대량으로 분리해내는 상업 생산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다. 미국, 일본이 2015년까지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자 시도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사정 탓에 산업자원부도 "상업 생산까지는 앞으로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토를 단 것이다.

메탄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 지탱하던 대륙붕 붕괴하면?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심해에 갇혀 있던 메탄이 방출될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될 때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강한 온실가스다.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될 경우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기후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일부 지질학자는 지구 역사상 가장 많은 생물이 멸종된 고생대 페름기(Permian) 대멸종을 바다 속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된 탓이라고 보기도 한다. 운석 충돌과 같은 다양한 이유로 바다 속의 가스하이드레이트 층에서 메탄이 대량으로 방출되면서 급격한 기후 변화를 초래했고, 그것이 생물 95%의 멸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의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바다 밑바닥을 다지고, 대륙붕을 지탱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제거하면 대륙붕이 붕괴하거나, 바다 속 지각을 불안정하게 해 대규모 해일을 일으킬 것이라는 학계의 경고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8000년 전에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 사이의 대륙붕이 대서양 아래로 가라앉은 것도 가스하이드레이트 층이 붕괴된 탓으로 보고 있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대륙붕을 지탱하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메탄으로 분리되자 심각한 해양 지각 변동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 탓에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조심스럽다. 이흔 카이스트 교수(생명화학공학과)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가스하이드레이트 채취에 성공한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지만 상업 개발까지는 넘어야할 장애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앞으로 탐사·생산에 쏟는 노력만큼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 과정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감축 '발 등에 떨어진 불'…가스하이드레이트 대안일까?

가스하이드레이트에서 설사 성공적으로 메탄을 추출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금 주력해서 개발해야 할 '미래 에너지'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석유보다 그 배출량이 30% 정도 적긴 하지만 메탄 역시 태울 때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한다. 온실가스 저감이 발등에 떨어진 불인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이 과연 대안인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이렇게 얼른 살펴봐도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연간 수백억 원의 세금을 이 개발에 쏟아 붓는 산자부는 물론이고 대다수 언론도 이런 문제점을 짚는 데는 인색했다. 아무리 '불타는 얼음'이 신기하다고 하더라도, 공무원과 기자들이 제 할 일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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