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은 정치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닌 먹고 사는 문제다."
"개방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정부가 한미 FTA를 비롯해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FTA 체결에 열을 올리며 내세우고 있는 논리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마따나 FTA는 "철저하게 먹고 사는 문제"이며, 여러 언론매체들의 보도처럼 한미 FTA는 "제2, 제3의 개국"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과연 FTA는 세계화 시대에 피할 수 없는 물결인가. 중국과 일본 사이에 갇힌 "샌드위치" 신세를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은 FTA밖에 없는가.
"미국은 세계화 역류의 주범"
FTA 체결을 옹호하는 정부의 근본논리는 바로 '개방 대세론'이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지역경제 체제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방은 피할 수 없다는 것. 일본은 앞서가고 중국은 뒤쫓아 오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적극적인 개방'뿐이라고도 한다. 바로 이런 판단 하에 정부는 강력하게 FTA 체결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런 정부의 논리에 제동을 걸만한 학설, 다시 말해 '세계화 자체가 주춤하고 있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케마왓 교수는 국제정치 논평지인 <포린폴리시> 3·4월호에서 "세계화 옹호론자들이 존재하지도 않는 세계를 묘사하고 있다"며 "세계화를 정책 결정의 기초로 삼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또한 위험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케마왓 교수는 '세계화의 진전'이라는 구호가 난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규모의 확대와 발전이 대부분 국내활동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매우 구체적인 통계치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버드대의 압델라 교수와 미국 외교정책위원회(CFR)의 시걸 박사는 또 다른 국제정치 학술논평지인 <포린어페어스>에서 "세계화는 정점을 지났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중국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세계화 역류의 한 부분으로 지적하고 있다.
특히, 다른 국가들에는 '자유무역'과 '완전한 개방'을 요구하면서도 자국 산업에 대해서만큼은 '보호무역' 성향을 보이는 미국의 '이중적 태도'는 한미 FTA 협상에서도 잘 드러났다.
미국은 이 협상에서 지적재산권 '보호'기간을 기존 50년에서 70년으로 증가시키는 것을 관철시켰다. 반면 자국 시장의 보호를 위해 한국산 섬유제품에 대한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지도 않았고, 무역구제 분야에서도 강한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드러냈다.
국내시장 활성화가 관건…'남북 경제공동체'는 어떤가?
세계화의 존재 여부, 개방의 필요성 등에 관해서는 앞서 소개한 것과 정반대의 의견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양쪽 어느 진영이든 '국내시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국외의 불안정한 요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국내 생산을 수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국내시장의 활성화이며, 이를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초점을 한반도라는 지역에 맞춰볼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국내시장 확대방안은 무엇이겠는가. '남북 경제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을 생각해봄직하다. 남과 북은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풍부한 광물자원을 갖고 있으며, 중국과 유럽 등 대륙으로 뻗어가는 통로이기도 하다. 과학기술 분야에도 다수의 뛰어난 인재들이 있다. 한편, 남한에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발달돼 있고, 해양으로 이어지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마케팅 능력도 뛰어나다. 남과 북의 경제협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또 수준 높은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이는 군축이라는 또 다른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남과 북은 밀도 높고 다층적인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 경제공동체'를 이룩함으로써 대외여건에 크게 제약 받지 않는 경제발전 지속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첫 걸음은 '묻지마식 FTA' 체결이 아니고, FTA를 뒤집어 볼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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