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에 현행 수입 위생 조건이 만들어질 때에도 한국 정부는 이미 미국을 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 국가'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평가했다는 것. 이 주장대로라면 한국 정부는 이미 국제수역사무국이 판정을 하기 전부터 사실상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 국가'로 간주해 온 셈이다.
그렇다면 최근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 국가'로 공식 판정한 것은 한국 정부가 현행 수입 위생 조건을 개정할 논거로서 타당성을 가질 수 없게 된다.
"2005년 11월에 이미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 국가'로 간주"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박상표 편집국장은 31일 "지난 2006년 3월 현행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을 만들 때, 농림부는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 국가'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국제수역사무국이 공식 판정을 했다고 해서 그때와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2005년 11월 농림부는 이미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의 검사 기준을 총족한다'고 평가했다"며 "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 위험 통제 국가' 판정은 해당 국가가 바로 이 검사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농림부가 2005년 11월 발표한 '미국 광우병(BSE) 상황 및 미국산 쇠고기 안정성 검토'라는 보고서 14쪽을 보면,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의 예찰 검사 기준을 충족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국제수역사무국은 연령별로 상태가 다른 소를 검사할 때마다 점수를 매겨 평가한다. 미국처럼 24개월 이상의 소를 100만 두 이상 사육하는 국가는 30만 점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이렇게 30만 점 이상을 취득한 국가는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광우병 위험 통제 국가'로 판정을 받는다. 이미 농림부 보고서는 "미국이 2005년 6월 30일까지 48만6000여 점을 받아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06년 3월의 현행 수입 위생 조건은 바로 이런 검토를 따른 것이다.
'광우병 위험 통제'≠'광우병 안전'
박상표 국장은 '광우병 위험 통제(controlled BSE risk)'라는 말의 의미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말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증명이 아니라 앞에서 지적한 대로 광우병 검사를 일부 실시해 국제수역사무국이 제시한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제수역사무국의 규정을 살펴보면, '광우병 위험 통제 국가'는 "확인된 모든 위험 요소를 통제할 수 있는 적절하고 포괄적인 조치가 시행됐음을 증명하지는 못했으나 규정(부속서 3.8.4)에 따른 예찰을 실시한 나라"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런 정의를 염두에 두면 '광우병 위험 통제 국가'는 일정 수준 이상의 광우병 검사를 하면 나오는 '딱지'에 불과하다.
박상표 국장은 더 나아가 "한국 정부가 2005년의 자료에 근거해 총 8단계 중에서 1~5단계의 위험 평가를 생략해 평가 기간을 단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며 "이런 공언이야말로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해 더 이상 새로 평가할 내용이 없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권오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이어 이태식 주미대사도 30일 미국 워싱턴 상공회의소에서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 국가'로 판정한 것과 관련해, "오는 9월까지 한국이 미국산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자리는 미국 재계 관계자와의 간담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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