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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율면의 농촌체험마을로 성공한 부래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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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율면의 농촌체험마을로 성공한 부래미마을

[김정헌의 '예술가가 사는 마을']<32>

주중이라 마을이 비교적 한가로웠다. 한참을 마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나서야 한 여인이 나타났다. 부래미마을의 마당쇠를 자칭하는 고경필씨였다.
마을 초입에 서있는 안내판. 손으로 직접 그린 부래미마을 안내도를 보니 마을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 날 일행은 서울의 청소년 특수학교인 '하자센터'가 조직한 팀이다. 설립부터 하자센터 총책임을 맡고 있는 조한혜정교수와 센터에서 소장을 맡은 전효관, 강원래, 그 밖의 하자센터 일꾼들, 우리 <예마네>의 나와 박명학, 배상면주가의 신유호 마케팅본부장 등 20여명이 고경필씨의 안내를 받았다.

고경필씨의 설명을 들어가며 일행은 마을을 답사했다. 이 마을의 유래부터 농촌체험마을로 이름이 나기까지의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마을을 샅샅이 돌았다.

부래미마을은 안성 이씨 집성촌이다. 이씨 조선의 개국공신인 이국번이 이 근방으로 내려와 자리를 잡았고 그 후에 자손들이 여기 부래미마을에서 살아 온 모양이다.

고경필씨는 이 마을이 농촌체험마을로 만들어 지는데 일등공신이다. 그녀는 마을에 대한 자부심만이 아니라 대학시절부터 사회운동을 한 이력 때문인지 쾌활하고 당당했다. 지금은 여기 살고 있지 않지만 안성이씨네 시집온 지 35년이 된다고 한다.

먼저 마을 한 가운데 길을 걸어서 그녀는 우리를 마을 농촌 체험장으로 데리고 갔다. 창고로 쓰이는 건물인데 안을 개조해 떡만들기 체험장으로 쓰고 있다. 인절미를 체험 방문자들이 일일이 떡메로 치고 잘라서 콩고물을 입혀 먹기도 하고 집에 싸가지고 가기도 한단다.

마당쇠 고경필씨는 우리를 짚공예를 하는 비닐하우스로 데려갔고 설명을 끝 낸 후 배꽃이 한창인 배밭과 마루데크를 깔아 자연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공원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모두가 깔끔하게 주민들의 손길이 간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외부에서 오는 손님(여기 부래미 마을은 체험 방문객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과 심지어 외국에서 한국의 농촌 마을을 방문할 때 으레 이 곳을 들른다고 한다)이 많으니 자연 주민들이 여기저기 손질을 많이 한다고 한다.
짚공예 체험장으로 만들어진 비닐하우스.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훌륭한 문화공간이 된다.

특히 마을 한쪽에 자리 잡은 큰 저수지는 마을을 정말 부티 나게 보이게 했다. 같이 우리를 안내해준 마을 위원장(아마 농촌체험마을 추진위원장 인 듯)인 이기열씨에 따르면 여기 저수지에서는 낚시를 금지시켰다고 한다. 저수지와 마을이 낚시꾼들에 의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다. 정말 잘한 일이다.

그렇게 봐서 그런지 마을이 정말 깨끗해 보였다. 이기열씨에 의하면 마을에 그 흔한 슈퍼가 없단다. 자연히 술을 안 팔고 숙소에서도 술을 먹거나 삼겹살을 구어 먹는 일을 못하게 한단다. 이것도 썩 잘한 일이다.

여기 부래미 마을의 농촌체험코스는 오전 오후로 나뉘어 대개 3개의 프로그램을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1코스가 철마다 나는 농산물 수확코스다. 딸기, 감자, 복숭아, 배, 고구마, 벼 등을 직접 따거나 수확하는 체험을 해본다.(때로는 모내기 같은 농작물 심기도 한다)

2코스는 위에처럼 인절미를 직접 만들어 시식하기.

3코스는 짚공예를 마을 노인들의 지도 아래 직접 만들어 보기다.
농촌체험 코스 중에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 감자 캐기. 마을사람들이 다 같이 분담하여 일을 하기 때문에 생활 속의 농사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체험객들에게는 더 생생한 경험이 될 것이다.

여기 부래미마을 체험 방문객은 주말 마다 200명 정도 인데 이를 2~3개조로 나누어 운영한다. 1조 마다 이 3개 정도의 코스를 체험하게 한다. 이 3개의 코스를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분담해서 일을 한다. 코스의 체험에 매달리는 마을 인력이 있는가 하면 사무실에서 방문객들의 예약과 프로그램운영, 마을 인력 배치처럼 사무 일을 분담하기도 한다.

또 아주머니들 중심으로는 체험자들의 숙소 정리, 식당의 음식조리부터 배식에 이르는 모든 일을 분담하여 처리한다.

부래미 마을은 행정상으로는 율면 석산2리로 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예부터 마을에 부처바위가 있어 불암리로 불리다가 발음되는 대로 '부래미'로 바뀌었다는 게 고경필씨 설명이다.

이 마을은 30가구 채 못 되는 주민들이 사는데 일주에 200명씩(더 이상 시설과 인력이 부족해 받지를 못한다고 한다) 체험방문객을 받아 누구나 일을 분담하고 그 수입을 나누는데 한 가구당 년 평균 수입이 500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이천 만 해도 수도권이라 여기 오는 탐방객들은 주로 수도권의 아이를 가진 젊은 부모들이다. 아이들이랑 부모들도 우리들의 먹거리를 직접 체험해 보는 것이 재미도 있고 여가 생활로도 괜찮다는 반응이라고 한다.

마을 주민들로서도 수입도 있는데다 마을 공동체로서의 하는 일이 생겨 다들 열성적으로 해왔는데 이 일이 거의 10년 이상을 하다 보니 이제는 좀 지치기도 한단다.
주민들의 자체 강좌 등도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마을사람들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이야말로 마을일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발전시키는 자가동력이 된다.

그래서 이 하자센터에서 옆 마을에 개설한 '율면대학'과 공동으로 이 부래미 마을에서 할 일을 모색 중에 있다. 도시의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할 일을 찾고 농촌에서는 도시의 젊은 활력을 이용해 공동으로 일을 벌여 보자는 취지다.

그 일환으로 일단 하자센터의 젊은 인력들이 현장 방문을 하게 되었고 우리는 그들에 묻어 온 셈이다. 하긴 율면에 10여 년 방치된 폐교가 있다고 하여 우리 <예마네>가 혹시 임대해서 쓸 수 있는지도 알아 볼 겸 같이 동행하게 된 것이다.

그 날 저녁 후에 다목적 체험관에 모여 참석자들이 2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이 있었다. 주민들의 농촌 체험마을을 운영하면서의 여러 가지 경험담과 어려운 점들도 들었지만 앞으로 도농교류에 대한 각자의 입장과 도시의 젊은이들(하자센터와 배상면주가 등)과 마을의 주민들과의 상생의 방향에 대한 좋은 의견들도 많이 나왔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술이 없는 마을이라 마음을 비우고 하늘의 총총한 별만 몇 번 쳐다보고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몇 남지 않은 일행들과 식당에서 마을 주민들이 차려준 아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주말마다 찾아오는 단체방문객들을 맞느라고 그 동안 갈고 닦은 음식 솜씨라 더 맛있었는지 모르겠다.

식사 후 나는 마을 뒤로 난 산 숲길을 혼자 걸었다. 마을을 끼고 돌게 돼 있는 마을 주민들이 만든 올레길이다. 원래 나 있던 숲길을 손을 좀 더 본 것 같았다. 숲길은 내가 아침마다 하는 4~5Km 걷기 운동에 맞춘 듯 딱 알맞았다.

마을 축제는 외지인들을 마을로 불러들일 수 있는 유용한 행사이기 때문에 요즘 지방에는 각종 축제가 많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생각해야할 것은 마을축제라는 것은 마을의 주인인 주민들이 한 해 동안의 슬픔이나 기쁨을 나누며 신명나게 풀어내는 화합의 자리라는 것이다.

소위 '마을만들기'라는 것의 중심은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온 '주민'이어야 한다.

배꽃이 만발한 과수원 옆길을 걸으면서 이 마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부래미마을은 어째든 농촌 체험 마을로 성공했다. 이 체험마을이 알려지면서 방문객들도 다 처리 못할 정도로 방문객들이 늘어났다. 마을 주민들의 수입도 늘어났다. 확실히 성공적이다.

마을 주민들은 단합해서 조직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마을에 새로 집을 짓거나 마을 공동 회관 등을 지을 때 인근의 대학 건축과 교수의 자문을 일일이 거쳐 동네 주민회의에서 동의도 받는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의 민주적인 의사소통이 확실히 이루어지는 증거다.

전형적인 마을의 성공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이 마을에 정부가 지원한 여러 가지 사업이 효과를 봤는지도 모르지만 그 보다는 고경필씨 같은 헌신적인 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음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숲길을 따라 걸으면서 내려다보이는 부래미마을이 더 없이 풍요로워 보였다.

(예술과마을네트워크 까페http://cafe.naver.com/yem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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