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농림부가 국제수역사무국에 이 문서를 보낸 시점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된 뒤인 4월 9일이라는 점은 더욱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이 조시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약속한 시점에도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해 큰 우려를 가지고 있었으며, 나아가 노 대통령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약속이 이뤄진 뒤에까지 농림부 차원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점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농림부의 이런 입장을 노무현 대통령 등이 알면서도 부시 대통령에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약속했다면 이는 시민단체가 그간 주장해 온대로 '노 대통령이 국민 건강과 생명을 저버리고 한미 FTA에 올인(all-in)했다'는 주장을 입증해주는 효과가 있다. 만약 노 대통령이 몰랐다면 정부 내의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 또는 개별 부처의 대통령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농림부, 美 쇠고기 광우병 위험 알았다
강기갑 의원이 공개한 대외비 문서의 내용에 따르면, 농림부는 지난 4월 9일 국제수역사무국에 보낸 정부 문서에서 "미국은 2003, 2006년 광우병 소가 발생했으나 어느 농장에서 발생했는지 밝히지 못한 것처럼 이력추적제가 완전하지 않고, 광우병 감염 위험이 높은 물질을 폐기하지 않고 비반추동물의 사료로 사용해 교차오염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기갑 의원은 "문서의 내용은 사실상 '미국 정부의 광우병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내용과 다름없다"며 "농림부가 이 문서를 공개하지 못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로 국민 여론이 수입 반대로 돌아서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물 건너 갈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그간 농림부는 이 문서를 대외비로 분류해놓고 강기갑 의원의 공개 요구에 거부로 일관했다. 농림부는 "이 문서가 공개될 경우 미국 측이 국제수역사무국에 사전 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국제수역사무국에서 위험 등급을 최종 판정한 후 양국 간 협상 과정에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거부했었다.
그러나 이런 농림부의 주장은 사실상 군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국제수역사무국에서 광우병에 대한 사항은 '육상동물위생규약위원회'에서 결정하며, 이 위원회의 위원장이 바로 미국 농무부 소속 공무원 알렉스 티에르만이기 때문이다. 굳이 한국 정부가 문서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미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2005년에는 '살코기도 위험하다' 입장 표명
또 강기갑 의원은 지난 4월의 문건과는 별개로 2005년 농림부가 작성한 문건을 직접 제시하며 "한국 정부가 2005년 국제수역사무국 총회에서 '살코기에도 광우병 감염 위험이 높다'고 주장했다"며 "심지어 당시 한국 정부는 '30개월 이하의 뼈 없는 살코기는 교역 가능하다'는 제안에 대해서도 반대했다"고 폭로했다. 강 의원은 이 내용이 담긴 농림부의 문서를 자신의 주장에 대한 증빙자료로 공개했다.
강 의원이 공개한 농림부의 '제73차 국제수역사무국 총회 결과 보고(2005년 5월)'를 보면,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살코기, 혈액에서 광우병 감염 위험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 안전하다고 분류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 데 이어, '30개월 이하의 뼈 없는 살코기는 교역 가능하다'는 수정안에 대해 반대 투표했다.
강 의원은 "이 보고서는 정부가 제출하지 않아서 개별적으로 입수했다"며 "농림부는 이렇게 미국산 쇠고기의 살코기에도 광우병 감염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불과 수 개월 전에 자신이 거부했던 '30개월 이하의 뼈 없는 살코기는 교역 가능하다'는 미국의 제안을 덜컥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농림부는 2005년 5월 국제수역사무국 총회에서는 반대했던 것과는 상반되게 2006년 1월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를 수입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이런 사실을 놓고 강기갑 의원과 시민단체는 "한미 FTA를 위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저버린 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한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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