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 진짜 못 했다"
전국 27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한미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 의정정책단·정책기획연구단(단장 이해영 한신대 교수)은 24일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한미 양국의 협상 성과를 비교한 '한미 FTA 협상 종합평가 및 분과별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날 범국본의 협상결과 분석에 따르면, 정부가 스스로 꼽은 88개의 협상 쟁점들 중 미국 요구가 관철된 것은 64개(77%)나 된다. 반면 한국 요구가 반영된 것은 7개(8%)뿐이다.
그나마도 한국이 협상에서 '얻어냈다'기보다는 '지켜냈다'고 봐야 하는 것이 3개나 된다. △조정관세 제도의 유지 △외환 세이프가드의 유지 △신약에 대한 A7 기준 최저가 보장제 도입 요구 철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나머지 4개도 통상적인 FTA라면 '당연히 서로 내줘야 할 것'들이 대부분이다. △농산물 특별 세이프가드의 도입 △승용차, 자동차부품, 화물트럭에 대한 관세 조기철폐 △영문 협정문과 국문 협정문의 동등한 인정 등이 그렇다.
반면, 미국 측 입장이 관철된 쟁점들 중에는 사실상 국내의 법과 제도를 송두리째 바꿔놓는 것들이 많다.
예컨대, △콩 등 일부 농산물에 대한 국영무역 포기 △자동차 분쟁에 대한 특별 신속구제절차의 도입 △의약품 품목 허가와 특허 허가의 연계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 4대 공제금융기관에 대한 정부 특혜 폐지(협정 발효 3년 후) △저작권 보호기간의 20년 연장 △동의명령제의 도입 등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다.
"협상 끝나면 모든 정보 공개하고 밤새 토론하자"고 하지 않았나?
범국본의 이같은 협상결과 분석은 지난해 8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미 FTA 국회 통외통위 보고자료'에 기초한 것이다.
범국본 측은 굳이 정부 측 자료를 원용한 이유에 대해 "이 자료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가장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자료로서 한국 측의 원래 입장이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기술돼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정부가 국회, 즉 국민의 대표 앞에서 '협상을 잘 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에 대해서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꼽는 핵심 쟁점들에 따라 한미 양국의 협상 성과를 계산하면 그 결과는 더욱 참혹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날 범국본은 "대통령과 정부 스스로 '협상이 끝나면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반대하는 이들과 무릎을 맞대고 밤을 새워서라도 토론하겠다'고 약속한만큼 노무현 대통령과 한미 FTA 협상단의 '한미 FTA 총론 및 분야별 끝장토론'을 공개적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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