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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아파트 온돌마루 밑은 '아토피 물질' 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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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주공아파트 온돌마루 밑은 '아토피 물질' 범벅"

방출량 기준 최고 13배 높아…평당 2000원 아깝나?

대한주택공사가 민간의 대형 건설업체들에 비해 최고 13배가 넘는 유해 화학물질을 방출하는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사용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온돌마루용 접착제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은 아토피성 피부염과 같은 환경성 질환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어 저감을 위한 노력이 시급한 상태다.

주공 접착제 방출량 기준, 높아도 너무 높아

<프레시안>이 2006년 공표된 대한주택공사의 아파트 시방서를 분석한 결과,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화학물질 방출량 기준이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업체의 기준에 비해 대단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주택공사로부터 수주해 아파트를 짓는 건설업체들은 모두 이 시방서의 기준대로 온돌마루용 접착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 시방서는 대한주택공사 아파트에 사용되는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두 가지 유해 화학물질 방출량 기준이 명시돼 있다.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s) 방출량 기준은 1.50㎎/㎡·h이다. 이것은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업체들이 공히 적용하고 있는 방출량 기준 0.25㎎/㎡·h보다 6배나 높다. 포름알데히드도 마찬가지다. 대한주택공사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 기준은 0.40㎎/㎡·h으로 대형 건설업체의 방출량 기준 0.03㎎/㎡·h과 비교해 13배 이상이다.
▲ 대한주택공사의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유해 화학물질 방출량 기준은 민간 건설업체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대단히 높다. ⓒ프레시안

이런 대한주택공사의 접착제 방출량 기준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는 건설업체들이 선호하는 한국공기청정협회의 인증 제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대다수 대형 건설업체는 한국공기청정협회 HB마크의 '최우수(클로버 5개)' 등급을 받은 접착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주택공사의 접착제 방출량 기준은 HB마크의 '양호(클로버 3개)' 수준에 불과하다.

방출량 기준의 차이가 크니 화학물질의 함량 차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2006년 9월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과 서울환경연합은 한국공기청정협회의 HB마크가 화학물질의 방출량만을 따지기 때문에 HB마크 '양호(클로버 3개)' 이상을 받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그 화학물질 함량까지 따져보면 "실내용으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한 바 있다(☞관련 기사 보기 : "아파트 온돌마루 접착제, 유해 화학물질 '범벅'").
▲ 온돌마루를 시공하는 모습. 바닥에 접착제를 부어 고루 편 다음 그 위에 온돌마루를 재단해 붙여나간다. 40평대 아파트에서 현관과 화장실을 제외하고 거실, 부엌, 방 등 실내 대부분에 온돌마루가 깔린다고 보면 30평 정도의 면적에 모두 120kg의 접착제가 바닥에 깔리는 셈이다. ⓒ프레시안

주공 아파트 공급량 한 해 6만 가구

이런 대한주택공사의 낮은 접착제 방출량 기준은 소비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 게다가 대한주택공사의 아파트 공급량은 대형 민간 건설업체의 아파트 공급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는 상위 5대 대형 건설업체(2006년 시공 능력 평가액 기준)의 아파트 공급량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대한주택공사는 2007년 6만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대한주택공사의 아파트 공급량은 대우건설(약 1만7000가구), 삼성물산(약 7000가구), 현대건설(약 2만 가구), GS건설(약 1만2000가구), 대림산업(약 1만2000가구) 등 5대 대형 건설업체 모두의 2007년 공급량(약 6만8000가구)에 필적한다.

더구나 대한주택공사는 한 해 6만 가구나 되는 많은 분량의 아파트를 전부 건설업체들에 발주하고 있다. 보통 시공 능력 평가액 기준 30위 밖의 건설업체들이 대한주택공사에서 수주한 아파트를 건설한다. 즉 대한주택공사가 정한 접착제 방출량 기준이 이들 업체들에게는 '표준'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접착제 업계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온돌마루용 접착제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의 문제점이 크게 부각된 후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업체는 속속 화학물질 함량·방출량이 적은 수성 접착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10위권 밖의 건설업체들은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친환경' 홍보하면서 화학물질 '범벅' 접착제 사용

그간 대한주택공사가 자사 공급 아파트를 '친환경'이라고 홍보해 온 상황까지 염두에 두면 이런 현실은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대한주택공사는 지난 2005년 11월, "최근 1년간 입주를 앞둔 대한주택공사의 아파트 15개 단지 54가구를 대상으로 '베이크아웃(Bake-Out)'을 해 유해 화학물질의 농도가 크게 감소했다"고 발표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베이크아웃은 실내 온도를 높여 실내의 바닥, 벽지, 가구 등에 접착제 등으로 사용된 화학물질을 활성화한 뒤 환기를 통해 배출하는 방법이다. 대한주택공사는 "앞으로 모든 대한주택공사 아파트에 대해 입주 전 베이크아웃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아토피성 피부염과 같은 '새집증후군'의 피해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대한주택공사는 이렇게 베이크아웃을 한다고 홍보하면서 정작 2006년에 마련한 시방서의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유해 화학물질 방출량 기준은 다른 민간 대형 건설업체들보다 훨씬 높게 설정한 것이다. 대한주택공사가 이 시방서의 기준을 마련할 때는 이미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이 유해 화학물질 함량·방출량이 적은 수성 접착제를 도입한 뒤였다.

대한주택공사가 화학물질 방출량이 적은 수성 접착제를 쓰는 데 추가적으로 들여야 할 비용은 30평 아파트 1가구를 기준으로 2만~5만 원(10~25평)에 불과하다. 온돌마루를 시멘트 바닥에 밀착시킬 때 쓰이는 접착제는 평당 4㎏이 쓰이는데, 수성 접착제(1㎏당 1700원)와 기존에 사용하는 유성 접착제(1㎏당 1200원) 가격차가 고작 1㎏당 500원이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보기 : 평당 2000원 아까워, '아토피 접착제' 고집하나).

주공 "베이크아웃으로 관리 잘 하고 있다"

이런 지적과 관련해 대한주택공사에서 실내 공기 질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는 "대한주택공사는 베이크아웃 등을 통해 환경부가 정한 기준에 맞는 실내 공기 질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수성 접착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대형 건설업체 중에서도 수성 접착제를 100% 사용하는 곳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삼성물산(시공 능력 평가액 기준 2위), 대림산업(5위) 등은 최근 1~2년 동안 100% 수성 접착제를 사용하고 있다.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안정성 문제가 제기된 2006년 하반기부터는 금호건설(10위)을 제외한 대우건설(1위), 현대건설(3위), GS건설(4위), 현대산업개발(6위), 포스코건설(7위), 롯데건설(8위), SK건설(9위)이 수성 접착제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계속 그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특히 대우건설은 계속 유성 접착제를 고집하다 지난 3월 8일 대한주택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세흠 씨가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6년 10월 수성 접착제 도입을 전격 결정했다. 그 전에 <프레시안>은 '대우건설이 1위 건설업체라는 위상에 걸 맞게 소비자의 안전을 생각하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취지로 비판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보기 : '푸르지오' 온돌마루 밑엔 왜 '유성 접착제' 뿐일까?)

현재 대한주택공사는 정부 계획에 따라 2017년까지 총 260만 가구의 공공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박세흠 사장의 대한주택공사가 화학물질의 함량·방출량을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접착제의 사용을 기피하면서 계속해서 '환기' 타령만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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