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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개헌 따위에 신경 쓸 때가 아니오"

[한미FTA 뜯어보기 266 :기고] 美 쇠고기 위험 폭로한 美 과학자의 경고

"뼛조각은 뼈도 아니고 살코기도 아니야!"

이 말은 요즘 유행하는 개그가 아니다.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미국 측 협상단이 당당하게 주장한 말이다. 찰스 척 램버트 미 농무부 차관보와 캐서린 인라이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단 미국측 위생검역분과장은 기상천외한 뼛조각 정의를 내렸다. 이 정의에 따르면, 사과 한 조각은 사과가 아니며, 빵 부스러기는 빵이 아니게 된다.

한국의 농림부도 이 주장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쇠고기 위생 검역에 대해 문외한인 외교통상부, 재정경제부, 감사원은 아예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6~7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농업 분야 한미 고위급 협의에서 뼛조각이 발견된 쇠고기 상자만 돌려보내자는 제안을 미국에 했다.

수차례 강조했듯이 광우병 위험 물질 0.001g만으로도 인간광우병이 전염될 수 있다. 수입이 금지된 뼛조각이 미국산 쇠고기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해당 도축장의 위생 상태가 아주 불량해 그 곳에서 생산한 모든 쇠고기의 안전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단지 뼛조각 탓에 쇠고기를 전량 반송·폐기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국민 건강을 사실상 포기하는 한국 정부의 이런 굴욕적인 양보안에도 미국은 계속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한미 FTA 8차 협상 첫날 기자 회견에서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한국 쇠고기 시장의 완전한 재개방 없이는 FTA 협상도 없다"며 "한국 측의 양보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 뼛조각이 발견되어 반송·폐기 처분을 받은 미국산 쇠고기(왼쪽). 뼛조각은 뼈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미국 측 대표 캐서린 인라이트, 척 램버트(오른쪽). ⓒ프레시안

혈액, 비장, 근육, 골수, 안전한 부위가 없다!
▲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캠 콜러허 지음, 김상윤·안성수 옮김, 고려원북스, 2007). ⓒ프레시안

최근 국내에 출판된 콤 켈러허의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김상윤·안성수 옮김, 고려원북스 펴냄)는 미국 정부가 공개를 두려워하는 광우병의 진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미국의 생화학자 켈러허가 미국이 광우병의 치명적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경고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다.

켈러허는 한 가지 의미심장은 사실을 지적한다. 2003년 12월 23일, 미국 워싱턴 주에서 첫 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됐다. 이 지역은 캐나다에서 광록병(사슴광우병, CWD)이 발생한 곳과 일어난 아주 가깝다. 이미 1980년대 리처드 마시는 소를 갈아서 만든 사료를 먹인 미국의 밍크가 광우병과 유사한 병인 전염성밍크뇌증(TME)에 걸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켈러허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혈액, 비장, 근육 속에서도 광우병 원인 물질이 들어 있다는 최근의 광범위한 연구 결과도 자세히 언급한다. 뼈에 들어 있는 골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도축된 소의 가슴뼈에서 골수를 뽑아내 16마리의 생쥐에게 주입한 결과, 그 중 2마리에서 광우병 원인 물질이 발견됐다.

쉽게 말해 골수가 광우병을 전염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골수는 뼈 속에 들어 있다. 뼈가 부스러지면서 생긴 뼛조각에도 당연히 골수가 묻어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뼈 없는 살코기'라는 교역 기준을 정했다. 이런 사실을 미국의 생화학자가 상기했는데도 미국 정부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뼛조각은 뼈가 아니며, 광우병 위험물질이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치매 환자의 5~13%는 인간광우병 환자?

이렇게 광우병 예방 정책이 엉망이니 미국이 안전할 리가 없다. 켈러허는 급속히 증가하는 알츠하이머병에 주목한다.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사람은 1979년 653명에서, 2002년 5만8785명으로 급속히 증가했다. 도대체 이렇게 알츠하이머병이 급속히 증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죽은 환자를 부검한 결과 5~13%가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CJD)으로 판명됐다. 알츠하이머병과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은 임상 증상이 비슷하다. 사후 부검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다면 두 질병을 감별하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다.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오진된 것이다.

애초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원은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당 1명만 발견되는 희귀병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에서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그 정체는 인간광우병(v-CJD)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은 인간광우병의 치명적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굳이 미국산 쇠고기가 아니더라도 이미 인간광우병 전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 켈러허는 광록병에 감염된 사슴, 엘크의 뿔이 한국으로 수입돼 고급 한약재로 소비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광록병에 감염된 사슴의 고기를 먹은 사람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사이언스>, 2006년 1월 26일자).
▲ 1990년 영국 농림부 장관 존 검머와 그의 딸 코델리아가 BBC에 출연해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햄버거를 먹고 있다. 그 직후 수십 명의 사람이 인간광우병으로 죽기 시작했다(왼쪽). 맥스 보커스 미국 상원 재경위원장이 한미 FTA 5차 협상이 열린 몬태나주 빅스카이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한국말로 "맛있습니다"를 연발하고 있다(오른쪽). ⓒ프레시안

한미 전문가의 고언에 귀 기울여라

이런 주장은 미국의 3류 학자의 몽상에 불과할까? 이 책을 번역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켈러허의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책을 옮김 김상윤은 서울대 의대 교수이자,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에 재직 중이다. 안성수는 광우병, 알츠하이머병의 진단법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한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대선주자들은 제발 이 책의 주장을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과연 이런 얘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고도 노무현 대통령, 대선주자들이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며 미국산 쇠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노 대통령은 지금 개헌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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