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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 사진' 논란에 성형외과 전문의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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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 의사 사진' 논란에 성형외과 전문의 "가짜"

강효백 교수 "언론 보도와 달라"…사업회 "증거 없어"

윤봉길 의사의 의거 직후 체포 모습을 찍은 사진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최초로 제기한 강효백 경희대 교수(국제법무대학원)가 이번에 교과서에 새롭게 실리는, 태극기 앞에서 윤봉길 의사가 선서하는 사진의 의미를 설명하는 이메일을 4일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강 교수는 "일부 유족의 주장과 달리 이 사진이야말로 윤 의사의 항일정신을 표상하는 증거"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최근 금성출판사는 자사의 <한국근현대> 교과서 189쪽에 윤봉길 의사가 '홍커우(虹口) 의거' 사흘 전인 1932년 4월 26일 태극기 앞에서 선서하는 사진을 싣기로 결정했다. 원래 이 부분에는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1932년 5월 1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한 의거 직후 윤 의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일본 군경에 연행되는 사진이 실렸었다.

"태극기 앞 사진, 윤 의사 항일정신 표상"

강효백 교수는 "이번에 교과서에 실리는 사진은 1932년 5월 10일 당시 애국단 김구 주석이 전격 공개한 진짜 윤봉길 의사의 것"이라며 "당시 애국단이 이 사진을 공개한 것은 며칠 전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이 윤 의사가 아닌 사람을 윤 의사라고 우기며 사진을 공개한 데 대한 엄중한 항의였다"고 주장했다.
▲ 교과서에서 삭제 될 일본 <아사히신문> 5월 1일자 호외 전면에 실린 윤봉길 의사로 추정되는 인물의 체포 모습. ⓒ프레시안

강 교수는 이어 최근 일부 유족이 '<아사히신문> 사진의 주인공이 윤 의사가 맞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현재 이들 유족이 내세우는 유일한 근거는 윤 의사의 동생 고 윤남의 옹의 기억"이라며 "그러나 이분이 윤 의사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분의 나이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14세로 기억이 정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아사히신문> 사진이 한국에 소개된 때가 1970년대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윤남의 옹이 윤 의사를 마지막으로 본 시점과 40년이 넘는 긴 세월이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유족의 기억보다는 좀 더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진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투성이가 된 윤 의사 묘사한 당시 언론 기사는 뭔가?"

이와 관련해 강 교수는 "당시 의거 직후 상황을 자세히 보도한 중국 언론 기사를 면밀히 검토해보면 도저히 사진처럼 윤 의사가 일본 군경에 의해 신사적으로 연행돼 갈 수 없다"며 "당시 미국계 언론이었던 <상하이타임스>, 영국계 언론이었던 <노스차이나해럴드>의 보도는 그 단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당시 <상하이타임스>를 비롯한 언론들은 한 목소리로 의거 직후의 상황에 대해 '현장에서 체포돼 집단으로 잔혹한 구타를 해 윤봉길 의사의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고 옷차림이 엉망진창으로 변했다'고 기록하고 있다"며 "<아사히신문>의 사진은 현장에 있었던 다른 사람을 체포하는 사진"이라고 주장했다.

<상하이타임스> 1932년 4월 30일자의 보도는 이렇게 되어 있었다.

"(폭탄이 터진 후) 회오리바람이 소용돌이 치는 군중들 사이에 조선 사람 윤봉길이 있었다. 그는 군경들에 의해 구타 당해 쓰러졌다. 주먹, 군화, 몽둥이가 그의 몸을 난타했다. 만일 한 사람이 죽게 된다면 바로 그 조선인이었을 것이다. 그는 회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곧 그 회색 양복은 갈기갈기 찢겨져 땅에 떨어졌다. 잠시 후 그 한국인은 땅바닥에 쓰러졌는데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그의 몸은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총검을 가진 군경들이 그가 쓰러져 있는 곳에 비상 경계선을 치고 군중들로부터 그를 차단했다. 군경들이 비상경계선 안에서 그를 감시하였다. 곧 차 한 대가 나타났다. 그 조선인은 (일본군에 의해) 머리와 다리가 들려 짐짝처럼 통째로 차 뒷좌석에 구겨 넣어졌다. 그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다."
▲ 의거 후 윤봉길 의사의 참혹했던 체포 장면을 보도한 <상하이타임스> 4월 30일자. ⓒ프레시안

특히 강 교수는 중국계 언론이던 <신보> 1932년 4월 30일자의 한 기사에 주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 언론은 '관중도 부상'의 제하에 '폭탄 폭파 당시 폭탄 파편이 사방팔방으로 튀어 식단 바로 아래 있던 일본 관중에도 상처를 입혔다. 일본 사람 세 사람이 경상을 입어 병원에 호송돼 치료 중이다'고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아사히신문>이 이렇게 경상을 입은 일본인이 일본 군경의 호위를 받으며 병원으로 호송되는 것을 찍은 사진을 윤 의사인 것처럼 보도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만약 만신창이가 된 채 짐짝처럼 실려 가는 윤 의사의 사진이 국내에 그대로 보도됐을 때의 반향을 우려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성형외과 전문의 등 "사진 인물 윤 의사와 다를 가능성 커"

한편 이런 강효백 교수의 주장은 갈수록 신빙성을 얻고 있다. 교과서에서 <아사히신문> 사진이 삭제된 직후 문화방송(MBC), 서울방송(SBS) 등은 잇따라 국내 성형외과 의사, 사진학과 교수 등 전문가에게 사진의 진위 여부를 문의한 후 방송했다. 결론은 <아사히신문> 사진의 인물과 윤봉길 의사가 동일인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

지난 1일 MBC <오늘 아침>에 출연한 조철현 성형외과 전문의는 "윤 의사의 턱 부분을 보면 턱이 길고 앞으로 돌출되어 있다"며 "문제의 사진 인물을 보면 턱이 뒤로 상당히 물러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태극기 앞에서 찍힌 윤 의사와 문제의 사진 인물은 눈썹 모양도 다르다"며 "동일인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용헌 중앙대학교(사진학과) 교수도 "윤 의사의 머리를 보면 머리카락이 직모인데 문제의 사진 인물은 곱슬머리"라며 "또 윤 의사는 턱의 모양이 돌출형이고 입술과 턱 사이의 길이가 긴데 문제의 사진 인물은 입술과 턱 사이의 길이가 좁다"고 지적했다. 그는 "70%는 가짜 사진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2일 SBS <세븐데이즈>에 출연한 이용국, 빈철원 성형외과 전문의도 공감을 표시했다. 그들은 "문제의 사진의 인물은 턱이 가늘다"며 "골격 자체가 변할 리는 없다"고 밝혀 다른 인물 사진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심국현 성형외과 전문의도 "윤 의사의 다른 사진에는 귓불이 없는데, 문제의 사진 인물은 귓불이 내려온 형상"이라고 덧붙였다.

윤봉길의사사업회 "사진은 진짜…더 확실한 증거 있어야"

강효백 교수는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의 지적은 1999년 상하이 주재 총영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상하이 의대 부속 화둥의원 정형외과에 의뢰해 얻은 결과와 같다"며 "이렇게 당시 정황, 전문가 다수의 의견이 윤봉길 의사의 사진이 아님을 말해주는데도 일부 유족이 관련 사실을 부인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사)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등은 "문제의 사진의 인물은 찍은 각도, 인화 상태에 따라 (윤 의사와) 약간 달라 보이지만 조작된 사진이라고는 판단되지 않는다"며 "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한 사진의 인물이 윤 의사가 아니라고 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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