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원장 전윤철)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제를 갖추는 등 감사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감사는 한국 측 협상단이 협상을 잘 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의 쟁점들과 관련해 정부 부처에서 돌출하는 이견을 '누르기' 위한 계기로 활용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감사원은 미국산 쇠고기 검역 문제에 관해 정부 부처 간 의견 조율이 안 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한미 FTA 협상에 장애가 초래됐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감사원이 농림부에 쇠고기 문제에서 '양보'하도록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7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전윤철 감사원장은 최근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에게서 한미 FTA 협상 전반에 관한 설명을 들었는데 (협상 과정에) 몇 가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우리 측 협상 과정을 파악한 뒤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감사원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미국산 쇠고기 검역 문제의 경우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간에 의견 조율이 안 돼 한미 FTA 협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부처 간 의견 조율이 안 되면 감사원이 적절한 의견을 제시한다는 의미"라고 전 감사원장의 발언을 풀이했다.
관계부처 간 의견 조율이 안 됐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이는 농림부의 '고집' 때문에 협상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외교통상부, 재경부, 산자부 등 한미 FTA 주관 부서들의 일방적인 불만이다. 농림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전수 조사 후 쇠고기 뼛조각이 있는 박스만 되돌려 보낸다'고 이미 한 차례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미국 측은 '뼛조각이 발견되더라도 수입해야 한다'면서 이 양보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 문제는 한미 FTA의 정식 의제는 아니지만, 한미 양측은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한미 FTA 타결의 전제조건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 FTA 협상을 3월말까지 타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관련 부처의 의견을 모은 뒤 미국과의 쇠고기 검역 협상 타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따라서 감사원이 앞장서서 쇠고기 검역 협상과 관련해 '훈수'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감사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한미 FTA 협상 과정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윤철 감사원장은 지난 1999년 12월 당시 경제부총리로서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한-칠레 FTA 협상을 성사시킨 바 있어, 전 원장이 한미 FTA 체결에 대한 측면 지원사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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