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에서 곡물에 투자해 온 헤지펀드들이 대형 곡물창고, 에탄올 제조설비, 농장 등 곡물 관련 자산을 그들의 실물자산 포트폴리오에 추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치솟고 있는 곡물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한 헤지펀드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축산업의 발전과 함께 사료 자원으로서 헤지펀드들의 집중적인 투자 대상이었던 옥수수의 경우, 대체 에너지인 에탄올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옥수수-에탄올 전환 설비에 대한 헤지펀드의 투자가 부쩍 늘고 있다.
공급 및 가격 통제, 100년도 넘은 전통?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지난해부터 곡물가격이 치솟으면서 곡물 선물시장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이 곡물뿐 아니라 곡물창고, 에탄올 제조설비, 농장 등 곡물 공급 및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자산 취득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가공식품 제조회사인 '콘아그라 푸즈(ConAgra Foods)는 지난달 미네소타 주에 있는 호밀(밀의 일종) 저장창고 2개를 매각했으며, 이 두 창고는 헤지펀드인 화이트 박스 어드바이저스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를 받는 헤지펀드는 이처럼 곡물 관련 자산을 직접 사들이고 운영함으로써, 옥수수부터 밀에 이르기까지 각종 곡물이 거래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곡물 가격의 움직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 소재 천연자원 분야 헤지펀드인 '콜 에셋 매니지먼트'의 브래드 콜 대표는 "헤지펀드가 실질적인 곡물 유통 체계까지 소유하게 되면, 거래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곡물 분야 헤지펀드가 곡물 관련 자산을 사들이는 일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헤지펀드들이 주식이나 채권 등 기존의 전통적인 금융상품 투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돈줄'을 찾아 나서고 있는 최근의 추세와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특히, 지난해 옥수수와 밀 가격이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최근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곡물 및 곡물 관련 시장에 대한 헤지펀드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곡물업체나 식품업체들이 곡물창고 등을 소유·운영해 공급물량과 가격을 통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세기 후반에도 제너릴 밀스 같은 회사들은 공급 통제를 목적으로 지역 곡물창고의 매입·운영을 통해 공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곡물 가격을 좌지우지 해 왔다.
주요 타깃은 옥수수-에탄올 전환설비
현재 헤지펀드들이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 곡물 관련 자산들 중 가장 매력적인 것은 옥수수를 에탄올로 전환하는 에탄올 제조설비다. 에탄올 등 대체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제조 원료인 옥수수뿐 아니라 에탄올 제조설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옥수수 가격은 에탄올 붐을 타고 크게 올랐다. 최근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옥수수 3월 선물가격은 부쉘(약 36리터)당 4.3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의 2.2달러에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대부분의 에탄올 제조설비가 현지 옥수수 생산 농부들의 협동조합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헤지펀드들이 이 설비를 사들이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도 이같은 전망을 부분적으로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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