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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의료법 대란'…의사들 '반발'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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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번엔 '의료법 대란'…의사들 '반발' 속내는?

서울ㆍ인천 의사, 새 의료법에 '반발'해 '집단행동'

보건복지부가 34년 만에 의료법 전면 개정을 추진할 뜻을 밝혔으나 대한의사협회(회장 장동익)가 약사, 간호사가 업무 영역을 침범한다고 주장하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어서 충돌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 전국적으로 진료 공백 사태가 발생했던 '제2의 의료파동'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의사협회는 6일 서울과 인천시 의사회의 집단 휴진을 시작으로 지역 별로 실력 행사를 한 뒤, 휴일인 11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전국 규모의 궐기 대회를 열 예정이어서 그같은 실력대결 양상이 어디까지 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34년 만의 의료법 전면 개정…'환자 편의 증진' 대폭 포함
  
  복지부는 5일 34년 만에 전면 개정되는 의료법 개정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지금의 의료법은 1951년에 제정돼(1973년 개정), 의료 환경의 변화와 국민의 욕구를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많아 개정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었다. 이번 개정안은 의사협회를 비롯한 6개 보건의료단체, 2개 시민단체, 변호사·교수 등 전문가들이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동안 논의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그간 의료 현장에서 소외돼 온 환자의 편의를 증진하는 내용이 대폭 포함돼 있다. 개정안을 보면, 의사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질병, 치료 방법을 의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또 병·의원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를 환자에게 사전에 공지할 의무도 진다. 병·의원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진료비 할인을 통해 환자를 유치할 수도 있다.
  
  그간 관리가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환자의 진료 정보 보호도 강화된다. 개정안은 환자 외에 보호자, 대리인이 진료 기록을 열람하거나 복사하는 것을 법으로 제한했다. 환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진료 정보가 멋대로 유출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이밖에 앞으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는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가 함께 진료하는 길도 열렸다. 병원, 종합병원 내에 다른 의사의 의원 개설도 허용된다. 이 경우 병원 내에 개설돼 있지 않은 진료 과목에 대한 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 환자의 편의가 증진될 수 있다.
  
  의사협회 "진료권 훼손…개정안 전면 백지화해야"
  
  대다수 보건의료계 관계자들은 이런 의료법 개정안의 내용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 의료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데 참여했던 의사협회는 지난 3일 서울 이촌동 의사협회 회관에서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고 "정부가 마련한 의료법 개정안은 진료권을 훼손하고 있다"며 개정안 전면 백지화를 정부에 요구했다.
  
  가장 큰 쟁점은 새롭게 들어간 '의료 행위'를 규정한 제4조다. 이 제4조는 '의료 행위'를 "건강 증진·예방·치료 또는 재활 등을 위하여 행하는 통상의 행위"로 규정했다. 의사협회는 "이 제4조에 '투약(投藥)'이 들어가 있지 않아 의사의 진료권이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에게 주사를 놓는 것과 같은 투약 행위를 의료 행위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
  
  그러나 복지부는 개정안에 명시된 '통상의 행위'에 투약이 당연히 포함되기 때문에 "의사협회의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한다. 더구나 의사협회가 말하는 '투약'이 조제권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이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때 마련된 약사법에 근거해 원칙적으로 약사의 권한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의사협회는 간호사의 업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제40조에도 반발하고 있다. 제40조에 명시된 '간호 진단' 탓에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단'을 간호사도 할 수 있도록 해 진료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간호사는 '진료의 보조' 외에 '요양상의 간호'도 하기 때문에 간호를 위해 환자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의사협회의 주장을 일축했다.
  
  의사들의 '불신'이 근본 원인…정면충돌 양상
  
  대다수 전문가는 이런 의사협회의 주장에 대해서 의사들이 파업을 벌일 정도로 민감한 쟁점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3일 열렸던 대의원 총회에서는 참석 대의원 186명 중 124명이 실력 행사를 포함한 '강경 노선'에 찬성했다. 이렇게 의사들이 반발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상당수 의사는 정부가 의료법 개정을 통해 애초 의사들이 기대했던 규제 완화가 아니라 의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은 개정안에 새롭게 명시된 '표준 진료 지침'을 한 예로 본다. 정부가 질병 별로 치료 방법 등을 담은 이 지침대로 진료하도록 통제해 의료비를 절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복지부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자 마련한 표준 진료 지침은 전적으로 관련 학회, 단체에 위탁하도록 법률에 명문화했다"며 "더구나 이 지침의 준수 여부도 강제 사항이 아니라 자율적인 권고 사항일 뿐"이라고 의사협회의 주장을 반박했다.
  
  복지부는 "의사협회를 비롯한 각종 이해관계를 조율한 개정안을 의사협회의 요구만으로 바꿀 수 없다"면서도 "의사협회가 12일까지 합리적인 대안을 가져오면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진짜 쟁점은 다른 곳에? 시민단체 "의료 양극화 부추길 독소조항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를 비롯한 5개 보건의료인 단체로 구성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29일 의사협회와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의료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료법 개정안에 "의료기관을 돈벌이 수단으로 만드는 독소 조항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의사협회와는 상반되는 문제 지적인 셈이다.
  
  이 단체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과 추진 과정의 문제점은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몇몇 조항이 아니라 국민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독소 조항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기관을 돈벌이 수단화하려는 방안이 이번 개정안에 다수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2월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고 이 중 상당수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포함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도 "아직 개정안 시안이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 일부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이를 인정했다.
  
  정부는 당시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병원경영지원회사(MSO) △의료법인의 채권 발행 허용 △의료법인의 인수·합병(M&A) △민간보험회사의 환자·병원 간 중계 허용 △민간보험회사와 병원 간 직접 계약 허용 △민간보험회사와 병원 간 환자 진료 정보 공유 등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런 의료산업 경쟁력 방안이 의료법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민간보험회사가 자신의 소비자에게 특정 의료기관으로 알선해 의료기관, 민간보험회사, 병원경영지원회사 간에 돈벌이의 카르텔을 강고하게 형성될 것"이라며 "이것은 결국 의료 이용의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효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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