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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의 함성, "전쟁과 가난을 끝장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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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의 함성, "전쟁과 가난을 끝장내자"

[나이로비 통신] 제7차 세계사회포럼 개막하다

20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에서 제7차 세계사회포럼(WSF)이 개막됐다. 세계사회포럼은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맞서 2001년 브라질 포르토알레그레에서 처음 열린 뒤 7년째 세계 '대안 세계화 운동'의 토론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이번 세계사회포럼에 참여한 한국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생생한 현지 통신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편집자>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에서 제7차 세계사회포럼이 20일 시작됐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민중의 투쟁, 민중의 대안(Another world is possible, people's struggle, people's alternatives)'을 모토로 열린 제7차 세계사회포럼은 이날 오전 11시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가장 큰 슬럼인 키베라(kibera)에서 우훌루(uhulu) 공원까지의 개막 행진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 개막 행진의 구호는 "슬럼 주거민에게도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 even if slum dwellers)"였다. 키베라는 85만 명의 빈민이 한 지역에 거주하는 대표적인 슬럼이다.
▲ 케냐 나이로비에서 제7차 세계사회포럼이 20일 시작되었다. 세계사회포럼은 나이로비에서 가장 큰 슬럼인 키베라에서 우훌루 공원까지 개막 행진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로이터

이 개막 행진에는 케냐인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모인 1만여 명이 참여했다.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참여한 빈민·여성·환경·반전운동 단체들이 개막 행진에서 다양한 구호를 외쳤다. 특히 "우리는 물을 찾고 있다"는 물 사유화를 반대하는 케냐 사회단체의 구호가 관심을 끌었다. 최근 미국의 소말리아 폭격을 의식한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손을 떼라", "폭탄을 던지는 사람을 감옥으로", "부시, 테러리스트" 등의 구호도 큰 호응을 받았다.

개막 행진 내내 아프리카 여성이 높은 목소리로 "우루루루, 우루루루"라는 노래를 불러 흥을 돋웠다.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행진에 대거 참여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한 케냐 현지 활동가는 "슬럼에서 진행되는 사회사업의 대부분이 어린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번 개막 행진에 어린이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이런 교육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고 설명했다.

"가난과 전쟁을 끝장내자"

개막식은 아프리카 민중과 전 세계 124개국 1만5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우훌루 공원에서 오후 1시부터 시작했다. '우훌루'는 케냐어로 '자유'를 뜻한다. '슬럼'에서 시작해 '자유' 공원에서 개막 행진을 끝낸 것은 이번 세계사회포럼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개막식에서 제일 큰 호응을 얻는 구호 역시 "가난과 전쟁을 끝장내자"였다.

'케냐 부채 네크워크'의 와후 카라는 개막식 첫 연설을 통해 "아프리카는 모두가 알다시피 인류의 모태"라며 "아프리카가 우리가 원하는 바와 같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의 모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세계사회포럼이 아프리카에서 개최된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물과 같은 공공 서비스가 사유화되지 않는 세상, HIV/AIDS가 정치경제적 무기가 되지 않는 세상을 우리는 꿈꾼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의 조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타우피크 벤 압달라는 "이번 세계사회포럼은 아프리카의 가난을 부각하거나 아프리카를 도와달라는 자선행사로서 개최한 것이 아니"라며 "세계사회포럼이 아프리카를 재식민지화하려는 세력에 맞서 싸우고, 아프리카의 9억 민중 중 독재 하에 놓여 있는 8억의 민중에게 자유를 주며, 이라크와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고 사회정의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채 탕감…아프리카를 가난으로부터 해방시키자"
▲ 제7차 세계사회포럼에서 제일 큰 호응을 얻은 구호는 "가난과 전쟁을 끝장내자"였다. ⓒ로이터

개막식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온 사회운동가들이 즉석에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 마련됐다. 특히 아프리카인의 목소리는 큰 관심을 끌었다. 케냐의 '운도구 소사이어티' 회원인 존 카기슈는 키베라에서 학교에 못 가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금 아프리카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가난으로부터의 해방"이라며 "케냐에 빈민 프로그램이 없는 이유가 막대한 부채 때문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부채 탕감이야말로 이를 위한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에이즈와 싸우는 케냐 여성들' 회원으로 자신을 소개한 한 젊은 여성은 "이번 세계사회포럼이 아프리카와 케냐의 에이즈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여성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야말로 여성들이 에이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아프리카 여성들에게는 매춘과 에이즈가 가장 큰 문제다. 가난 때문에 매춘에 뛰어들고 그런 여성이 에이즈에 감염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소말리아 '발리티 대학 학생연합' 구요 아디는 미국의 소말리아 폭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슬람법정연맹(UIC)은 무슬림을 대표하는 조직일 뿐 알 카에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미국이 이슬람법정연맹을 공격하는 이유는 미국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테러리스트의 거점이라며 모가디슈를 폭격했는데 그것은 거짓말"이라며 "소말리아를 점령한 이디오피아는 미국의 대리인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적은 자원으로 발전을"

개막식은 자전거, 오토바이 등이 행사장 앞을 지나는 문화 행사로 끝이 났다. 사회자는 "가장 적은 자원으로 문화·사회적 발전을 이루자는 뜻"이라고 이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이날 세계사회포럼 개막식은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 다른 아프리카는 가능하다. 민중의 투쟁과 민중의 대안"을 외치는 아프리카와 전 세계에서 모인 활동가들의 함성과 박수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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