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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이 인터넷 때문에 없어져? 그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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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이 인터넷 때문에 없어져? 그건 아냐!"

[인터뷰] <인간>, <지구> 낸 DK의 조너선 메트칼프

백과사전이 달라지고 있다. 넉 달 간격을 두고 출간된 <인간(Human)>, <지구(Earth)>는 21세기 백과사전이 어떻게 바뀔지를 예고한다. 이 책들은 '인간', '지구'와 같은 하나의 열쇠말을 통해서 그간 인류가 쌓아올린 온갖 지식을 한 권의 책에 총망라하고 있다. 책 전체에 걸쳐 실린 내용의 이해를 돕는 사진은 세계의 출판 수준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다.

<인간>(김동광·이용철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은 몸, 마음, 인생, 사회, 문화, 민족, 미래의 일곱 섹션으로 나뉘어 각각에 대한 그간의 학문적 성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온몸의 구석구석을 훑는 '몸' 부분부터 250종 이상의 민족, 언어, 풍속을 소개한 '민족' 부분까지 책장을 넘기기만 해도 잘 정리된 정보에 뿌듯할 정도다. 동양, 한국에 대한 정보는 특별히 역자들의 노고로 정확도를 기했다.

<지구>(김동희·이동찬·이상훈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역시 제목대로 '우리별 지구'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 육지, 해양, 지하, 하늘을 넘나들며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자연 현상을 생생한 사진 및 정확한 정보와 함께 소개했다. 특히 지구 온난화에 대한 명쾌한 서술은 이것이 왜 과학계에서는 '공인된 진실'인지를 잘 보여준다.
▲ <인간>에서는 말 그대로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사이언스북스

이 책은 모두 영국의 출판사 DK(Dorling Kindersley)에서 나왔다. DK는 도감, 백과사전, 어린이 책에 관해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30년 전통의 출판사다. DK의 영향력은 '동해'의 표기를 놓고 한일 양국 정부가 신경전을 벌일 때, DK가 '일본해'와 '동해'를 병기하기로 한 결정이 언론에 널리 보도된 것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21세기가 시작하자마자 DK는 <동물(Animal)>(2001), <지구(Earth)>(2003), <인간(Human)>(2004)을 차례로 내놓았다. 새로운 세기에 걸맞는 출판의 새로운 방향을 의욕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프레시안>은 <인간>, <지구>의 국내 번역·출간에 맞춰 21세기 출판의 한 경향을 선도하고 있는 DK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인간>, <지구>는 물론 국내에 아직 소개가 안 된 <동물>을 직접 기획·편집한 DK의 조너선 메트칼프 편집인이 인터뷰에 응했다. 메트칼프 편집인은 DK에서 20년 이상 편집인으로 근무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이메일(email)을 통해 진행됐다. 다음은 그가 직접 작성해 보내준 이메일 인터뷰 전문.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대등한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다"
▲ <인간>(김동광·이용철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6).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인간>, <지구>는 몇 개 나라에서 번역·출간되었는가?

조너선 메트칼프 : 영국,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영어권 국가 이외에도 <인간>은 17개 언어로 19개국에서 출판됐다. 그리고 <지구>는 23개 언어로 29개국에서 출판됐다.

프레시안 : 영어권 국가에서 <인간>, <지구>의 반응은 어떤가? 영어권 국가와 비영어권 국가 사이에 반응에 차이가 있는가?

메트칼프 : 사실 처음부터 이들을 시리즈로 출판할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책 중 가장 광범위한 내용을 권위 있게 다루면서도, 가장 비주얼한 방법을 통해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참고서를 만들고자 했을 뿐이다.

그러나 시리즈의 첫 번째에 해당하는 <동물>이 전 세계적으로 100만 부 이상 판매되는 믿을 수 없는 성공을 거두면서, 우리는 '지구'와 '인간'처럼 다른 핵심 주제에 대해서도 동일한 편집, 표현 방식을 적용하게 되었다.

영어권과 비영어권 사이의 차이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주제부터 보편성 있는 것들을 택했고 내용도 전 세계인에게 유용하면서도 공감할 만한 것들로 채운 탓이다. 물론 영어권 국가에서 판매량이 더 많다. 이 지역의 성숙한 출판 시장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프레시안 : <인간>, <지구>의 출간 작업에는 다양한 저자와 많은 스태프가 참여했다. 그들의 협력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 <지구>(김동희·이동찬·이상훈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6). ⓒ프레시안

메트칼프 :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우리는 그 주제에 대해 폭넓은 지식을 갖춘 편집장을 찾으려 노력한다. 책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DK의 편집자와 디자이너는 편집장과 함께 책의 구조와 내용에 대해 아이디어를 짜낸다. 그 결과물을 DK의 간부, 미국의 스미스소니언박물관 같은 제3의 권위 있는 기구, 전 세계 출판 파트너들이 평가를 한다. 평가를 반영해 수정한 청사진에 따라 편집장은 섹션별로 저자와 전문 자문위원을 추천·지정한다.

그 뒤 섹션별로 함께 일할 편집자, 디자이너를 지정한다. 이들은 섹션별로 생생하면서도 세밀한 레이아웃을 마련하기 위해 저자, 전문가와 직접 접촉한다. 일단 레이아웃이 확정되면, 그것에 맞춰 들어갈 본문, 사진이 준비된다. 이렇게 준비된 것을 다 종합한 후 다시 한 번 DK의 간부, 권위 있는 기구의 전문가, 편집장(의견이 조율되지 않을 때 최종 결정을 내린다)에게 교정지가 보내진다. 이 과정은 마지막 단계까지 두세 차례 반복될 수 있다.

프레시안 : <인간>, <지구>와 같은 협력 작업을 진행할 때 가지고 있는 특별한 원칙이 있는가?

메트칼프 : 대등한 파트너십이 그 원칙이다. 흥미롭고 유익한 정보를 담고 있으면서도 독자층에게 주목을 받는 책을 내기 위해서는 편집자, 디자이너가 대등한 파트너십에 입각해 함께 일해야 한다. 이들은 서로의 견해를 수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이들은 이 책의 전반적인 기획 의도,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DK의 간부, 자문에 응한 전문가의 견해도 존중해야 한다.

프레시안 : 그런 원칙을 구현하는 데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가? 특히 편집자에게 있어서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

메트칼프 : 물론 탁월한 편집 능력과 독창성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유머 감각을 강조하고 싶다. 이것은 편집자와 동등한 당사자인 디자이너에게도 해당된다.

"확인, 확인 또 확인만이 양질의 책을 만드는 방법"
▲ <지구>에 실린 하와이의 용암을 찍은 사진.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인간>, <지구>와 같은 책은 정보의 정확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을 어떻게 보장하는가? 원서에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과 관련해서는 소소하지만 부정확한 정보도 보인다.

메트칼프 : 우리는 확인, 확인, 또 확인한다. 해당 분야에서 전 세계에서 최고의 전문가를 선정해 함께 작업을 하려고 노력한다. 또 세부사항에 대해서 전문가, 편집장 또 객관적이며, 이상적으로는, 문화적으로 다른 관점을 지닌 제3자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권위 있는 기구 등을 동원해 다양한 단계에 걸쳐 점검한다.

불가피하게 일부 실수 또는 의견이나 강조점의 차이가 포함된다. 인쇄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그리고 그 뒤 전 세계에서 인쇄가 들어간 직후부터 우리는 평가와 수정을 하려고 노력한다. 또 이 과정에서 DK와 국제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출판 파트너와의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다른 언어로 번역될 때마다 DK는 해당 국가의 출판 파트너와 함께 그 국가와 관련된 특수성을 책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

프레시안 : 사실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책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가치중립적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환경 위기 문제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접근하는가?

메트칼프 : 우리는 이 시리즈에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강하게 부각시키려고 항상 노력했다. 그러나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와 절망뿐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그런 접근보다 더 많은 사람이 우리의 행성과 이 행성에 살고 있는 생물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에 대해 인식하도록 했다. 그들이 더 많이 이해하게 됨에 따라 우리의 행성을 소중히 여기고 보호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레시안 : DK는 판형의 변형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비영어권의 경우에는 번역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메트칼프 : DK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 세계로부터 많은 고객과 시장을 끌어 모아 가능한 한 야심찬 대형기획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동 제작 비즈니스 모델로 달성된 규모의 경제에 힘입어 DK는 다른 방식보다 훨씬 더 널리 우리의 책을 출판할 수 있다. 최소의 비용으로 공동 제작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출판 파트너에 있어서 이미지와 레이아웃은 동일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언어로 번역될 때 본문 길이가 늘어나는 현상은 여러 언어에서 나타나는 문제다. 독일 지사에서는 영어가 독어로 번역될 때 3분의 1 정도 더 늘어난다는 점을 늘 제기한다. 우리는 이미지 주변에 충분한 여백을 두어 번역으로 늘어난 본문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적절한 부수적 편집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점을 인정한다.

프레시안 : DK가 공동 제작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DK의 출판 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한국의 출판사 입장에서 이런 DK의 태도는 다소 이기적으로 여겨진다. (DK는 번역 과정에서 판형의 변형을 허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책을 직접 제작해 공급한다.)

메트칼프 : 공동 제작 모델은 위에서 설명한 대로, 우리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적인 제작 방식이다. 이런 방식을 취하지 않고는 우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들에 필요한 자금을 적절하게 조달할 수 없을 것이다. 공동 제작은 긴밀한 협력이 요구되고, 그 속성상 DK가 노하우를 출판 파트너와 공유함으로써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21세기에도 책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 <지구>에 실린 우주에서 본 지구 사진. ⓒ프레시안

프레시안 : 기존의 유명한 백과사전이 종이 기반에서 인터넷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인간>, <지구>와 같은 책을 왜 기획했는가?

메트칼프 : 학술서적이라기보다 상품을 제작하는 출판사로서 우리는 이런 유형의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만큼 수입을 올리는 온라인 모델이 없다. 또 종이가 아닌 다른 매체를 통해 <인간>, <지구>같은 제목을 단 책이 나올 때, 그 영향과 질에 대한 충분한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프레시안 : <인간>, <지구>의 가장 큰 장점은 텍스트와 그래픽의 결합을 통해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런 형식의 정보 전달은 이미 월드 와이드 웹과 같은 인터넷 환경에 가장 적합하다. 굳이 종이 책에서 이런 방식의 정보 전달을 고집할 이유가 있는가?

메트칼프 : 위에서 말한 것에 덧붙인다면, 나는 정보가 화면상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책의 형태로 제공되는 종이에 찍힌 본문과 이미지 정보를 우리가 섬세하게 결합해 인식하는 방식을 염두에 둘 때, 또 우리가 쪽을 옮겨가며 참조할 수 있는 속도를 고려할 때 아직까지 책보다 더 나은 수단은 없다.

프레시안 : 앞의 질문과 연관 지어서 과연 앞으로 백과사전 더 나아가 종이 책은 어떤 운명에 처할 것으로 보이는가? <인간>, <지구>가 과연 백과사전, 종이 책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가?

메트칼프 : 막대한 정보를 취급하고, 실시간으로 변하고, 새로운 연구로 인한 잦은 수정이 불가피한 학술적인 백과사전의 경우 인터넷의 등장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매력적인 이미지와 함께 정제되고 철저하게 검증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 <인간>, <지구>와 같은 책의 미래는 매우 밝다고 생각한다.

이런 요소로 인해 이 책은 학습을 즐겁게 만들고, 특히 가정에서는 지식을 집약한 소중하고 감사한 선물로서 건네질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지구>는 21세기의 인터넷 시대에도 여전히 책상의 한 쪽에 놓여질 것이다.

프레시안 : 당신은 책의 미래에 대해 낙관하는가? 책의 미래는 어떨 것 같은가?

메트칼프 :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는 DK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다. 물론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우리가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방식은 항상 변화하고 있으며, DK도 항상 변화해야만 한다. 현재 우리는 우리 자신을,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해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출판할 것인지 선택할 여지가 넓다.

변화가 필요하지만 책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일단 더 전통적인 형식의 책을 선호하는 베이비붐 세대와 그 위의 세대가 여전히 있다. 더 나아가 권위가 있으면서 정보가 풍부할 뿐 아니라 아름답고, 즐겁고, 사고의 확산을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책을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면 보다 젊은 시장 역시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다고 낙관한다.
한국에서도 인기열흘 만에 1000부 팔려

메트칼프 편집인의 낙관은 한국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다. 지난 9월에 먼저 나온 <인간>은 언론의 조명을 크게 받지 못했음에도 입소문만으로 인터넷 서점을 중심으로 넉 달 만에 3000부가 팔렸다. 5만5000원이나 되는 책값을 염두에 두면 보통의 책 2만 부가 팔린 것과 비슷한 효과다.

최근 출간된 <지구>는 거의 모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열흘 만에 1000부가 팔렸다. 역시 5만9000원이라는 고가를 염두에 두면 의미 있는 판매량이다. 돋보이는 기획과 양질의 정보가 뒷받침된다면 책값의 고저와 상관없이 찾는 독자층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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