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정부 지원 규모는 70억원이고 해당 지방정부가 매칭을 해 1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리(里)단위 마을에서 보면 감당이 힘들 정도로 큰 규모다.
풍력발전단지조성사업(4백억 이상의 규모)은 어차피 가시리에 놀고 있는 넓은 목축단지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이 사업이 풍력을 이용하는 친환경 에너지 산업이라 우리의 '신문화공간조성사업'과는 그렇게 마찰을 빚거나 같이 공유해야 할 내용이 많지 않다.
문제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이다. 이 사업은 다른 지역에도 벌써 다년간 사업으로 계속되고 있다. 다른 지역을 답사하다보니 이 사업에 선정된 마을이 꽤 있었다. 봉화의 비나리 마을, 섬진강시인 김용택의 장암리, 합천에 우리가 묶었던 하얀집 펜션이 있는 마을....
그런데 이 마을들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 사업을 대부분 반대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김용택시인의 장암리는 장암리를 포함해 마을 규모가 작은 6~7개의 마을이 한 마을 당 10억원 이하로 지원금을 쪼개 사업을 하기로 했는데 마을마다 비슷비슷한 사업의 내용을 가지고 서로 지원금을 많이 가져가려고 서로 다투기도 했다고 한다.
▲ 마을탐방을 다니며 본 이 팻말처럼 관에서 시행하는 여러가지 사업들이 굉장히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갈등과 분란이 생겨 차라리 안들어왔더라면 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마을을 살릴 수 있는 기회로 보는 목소리도 있었다. 마을에 돈을 수혈하는 응급처치식으로 이루어졌던 마을사업들을 전반적으로 점검해볼 때이다. |
마을종합개발사업의 초기 계획안은 대부분 외부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주고 만들어 진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논의나 요구가 잘 수용이 안 되는 모양이다. 이런 사업들의 기본계획은 마을에 관한 상세한 조사가 기본이다. 여기서 마을 주민들의 필요와 요구가 민주적인 회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수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마을에서 주민들의 의사 표현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또 대부분 눈에 보이는 시설을 요구하다보니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로 갈 수 밖에 없다.
▲ 가시리 신문화조성사업 기본계획안 수립에 참여하면서 관과 주민, 전문가가 함께하는 마을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해볼 수 있었다. |
또 이 사업의 시행은 대부분 '농촌개발공사'가 대행한다. 이 공사가 어떤 때는 주민들의 요구와 필요를 수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기본계획에 있는 대로 하드웨어 중심으로 밀어붙이기가 일수다.
그래도 기본계획이 잘 되어 있으면 하드웨어 중심의 농촌개발공사의 사업 개념도 상당히 진화한다. 여기 가시리마을이 그 대표적인 예다.
여기 가시리마을 농촌개발사업은 그 기본계획을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이지훈 등이 마을 주민들과 협력하여 상당히 진전된 안으로 만들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이 가시리 신문화공간조성사업에서 손을 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실 다른 데 있었다. 나는 가시리마을의 기본계획이 농수산식품부에서 선정된 이후 두서너 번 서귀포시장을 만났다. 처음엔 공식적으로 면담 신청을 하여 시장실에서 만났는데 가시리마을의 사업 보고를 받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은 시장의 정신은 엉뚱한데 가 있었다.
이 사업은 지자체의 매칭 사업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빨리 추경으로 예산(10억원)을 확보해야지만 기본계획을 진전시켜 확정짓고 다음 단계로 넘어 갈 수가 있다. 그런데 그 해(2009년)가 다 가도록 도대체 진전이 없었다.
도의회가 빨리 통과(특별자치도라 시장도 도지사가 임명하고 시의회가 없다)시켜야하는데 이유도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임명직 시장이라 힘도 없는데다가 '강정 해군기지' 문제와 김태환 도지사의 '주민소환' 문제가 겹쳐 가시리 마을의 문제에 전혀 신경을 못 썼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들이 기본계획만 짠 것으로 손을 뗀 다음, 같이 기본계획에 관여했던 지금종(문화연대 전 사무총장)이 그 마을로 귀촌을 가서 이 사업의 PM(Project Manager)을 맡으면서 일이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이 사업은 주민들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데도 대부분의 주민들의 무관심하다. 그들이 무관심한 것은 주민들의 수가 많기도 하지만 주민들이 다 같이 모여서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기가 매우 힘들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마을이 규모가 커 네 개의 동(육지의 한 마을에 해당하는)으로 구성 되어 있는 데다 가 노인회, 청년회, 부녀회 등으로 세대별 성별로 조직이 달라 요구와 필요가 각기 다 다르다.
거기다 우리 같은 외부의 전문가와 마을의 지도자들, 또 마을에 살고 있는 예술가들의 요구수준이 각기 다르다. 각 소집단의 대표자들이 이러한 의견을 조정하고 조율하여 합의를 만들면 될 것 같은데 만들어진 합의가 또 자기 소속 소집단에 돌아가면 이견이 나와 다시 헝클어진다. 마을 주민들의 합의가 정말 힘들다면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회의(민주적인 의견수렴과 조율)를 훈련해야 되지 않을까?
▲ 넓은 목장과 그 너머 오름의 모습, '오름'은 화산분출물에 의하여 형성된 독립화산체로서 제주지역에는 총 368개의 오름이 분포하여 지질자원, 생태 및 경관자원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
4.3사건으로 폐허가 되었던 마을을 다시 재건해서 지금은 경제적으로 째이지 않는 마을을 만들었다는 주민들의 자긍심도 대단하다. 다만 제주도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만 배타심이 좀 과한 편이다.
▲ 가시리에 있는 크립토돔. 제주 방언으로 행기머치라고도 하는데 화산활동으로 생성되었다. 둥그런 공이 땅에 반쯤 박혀 있는 형상이다. 이러한 독특한 자연물이 풍성한 것이 제주의 재산이다. |
(예술과마을네트워크 까페http://cafe.naver.com/yem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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