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를 본격적으로 표방하고 나선 데 대해 보건의료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된 영리법인 형태의 병원경영지원회사(MSO) 제도 확대도입, 의료법인의 채권발행 허용, 비영리 의료법인의 인수·합병(M&A) 허용, 민간 의료보험사의 환자-병원 간 중개 허용, 민간 보험사와 병원 간 직접계약 허용, 민간 보험사와 건강보험공단의 환자 병력정보 공유, 신약 검증 절차의 간소화 등에 적잖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경쟁력 강화?…'빈자 병원'과 '부자 병원'으로 양극화"
보건의료 분야 5개 시민단체들의 연합체인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5일 긴급성명을 발표해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 중 의료분야 대책은 한 마디로 병원과 보험회사들이 그동안 돈벌이를 위해 요구하던 사안을 모두 들어주겠다는 '병원 및 보험회사 지원 종합선물세트'"라면서 "이같은 의료 분야 대책이 시행되면 공적 건강보험과 병원 비영리법인 제도로 간신히 공공성을 유지하던 한국의 의료제도는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에 따르면 '12.14 의료분야 대책'의 핵심은 △병원경영지원회사(MSO, 의료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병원 경영만 지원하는 회사) 제도의 확대도입 등을 통한 영리병원 설립의 우회적 허용 △삼성생명 등 민간의료보험사의 병원에 대한 통제권 강화 등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현행 법은 의료기관을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서비스업에서 '수익 극대화'의 법칙이 관철되고 있음에도 이런 '예외적인' 법이 유지되어 온 배경에는 △의료기관은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공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의료기관은 국민의 세금과 보험료로 유지되는 국민건강보험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 등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12.14 대책은 병원 경영지원 사업 허용, 병원 체인사업 허용, 병원의 채권발행 및 M&A 허용 등을 통해 병원이 수익추구의 수단이 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실상 의료기관의 영리화를 허용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보건의료단체연합의 판단이다.
또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민영 의료보험회사가 특정 병원과 직접 계약을 맺고 자사의 보험 가입자들에게 그 병원을 알선하도록 허용하기로 한 것은 우리 의료체계의 공공성을 무너뜨리는 '독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민간 의료보험사가 이런 제도를 통해 병원을 통제하게 되면서 의료비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4% 이상으로 폭등하게 됐다는 것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이번 의료분야 대책은) 비영리병원에 대한 기존의 제약사항들 가운데 증시 상장을 제외한 모든 제약사항을 제거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 "이번 대책이 정부 측 계획대로 시행되면 '건강보험-비영리병원-빈자의 병원' 대 '사보험-영리병원-부자의 병원'이라는 전형적인 의료시장 양극화가 급진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복지부 '내년 초 의료법 개정'…의료 및 교육 분야 시민단체들 연대투쟁할 듯
의료서비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대책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서비스산업이 고용을 창출하고 나아가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지난해 26개 서비스 분야의 분야별 대책을 마련한 바 있고, 올해 초에도 '서비스산업의 신성장동력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때마다 나온 의료분야의 대책들이 한꺼번에 '종합판'으로 묶여져 나온 것이 이번 '12. 14 의료분야 대책'이라고 보건의료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12.14 대책'에 따른 의료법 개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보건의료단체들이 "이번 대책은 의료분야뿐 아니라 교육분야 등 다른 공공서비스 분야를 파괴할 것도 염려돼 조만간 교육분야의 시민단체 등과 강력하게 공동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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