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마침내 우리 정부에 쇠고기 검역과 관련한 기술적 협의를 공식 요청해 왔다.
농림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지난 12일 미국 정부가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우리 측의 지난 1~3차 미국산 쇠고기 수입분 검역과 반송 조치에 대한 기술적 협의를 공식으로 요청해 왔다"며 "현재 실무진 사이에서 구체적인 일정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 측이 이 자리에서 뼛조각 기준 문제 등을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이번 기술적 협의는 지난 1월 한미 양국 간에 합의된 '수입위생조건' 자체를 바꾸기 위한 자리는 아니며 검역기준의 구체적인 해석 문제에 관한 사항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정부로서는 열린 마음으로 뼛조각 기준에 대한 미국 측의 입장을 듣겠지만, 이제 수입이 재개된 지 두 달도 채 안되는 상황에서 '30개월 미만 살코기만'이라는 수입위생조건의 골격을 바꾸는 데는 반대한다"고 정부 측의 기본입장을 말했다.
그는 또 "이 수입위생조건은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 한미 간에 합의된 위생조건에 따르면 검역 불합격 결정이 나올 경우 수출국은 수입국의 검역 불합격 결정과 해당 작업장으로부터의 수출에 대한 잠정 중단조치의 배경 등을 듣기 위해 기술적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 검역당국은 지난 1일 수입된 미국산 냉장 쇠고기 10.2t을 포함해 지난달 23일과 10월 말에 수입된 3.2t과 8.9t까지 수입재개 후의 1차, 2차, 3차 반입분 모두에서 뼛조각을 발견하고 '살코기만'이라는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전량 반송 또는 폐기 조치한 바 있다.
농림부는 일단 '위생조건은 당장 손대기 어렵고, 뼛조각 기준에 대한 해석 문제라면 한번 얘기는 들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연계해 미국이 기준완화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언제까지,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미국 측의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커틀러 대표는 이미 지난 제5차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FTA가 미국 의회의 비준을 받으려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 시장의 전면 개방이 중요하다"며 압박을 시작했다.
더구나 우리 정부 내에서조차 FTA 협상 등 한미 관계를 고려할 때 '검역당국의 엄격한 기준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농림부가 곤혹해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첫 번째 기술적 협의가 당장 '30개월 미만, 살코기만'이라는 한미 수입위생조건의 개정으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쇠고기 통상마찰을 줄이기 위해 추가 협상을 열고 검역기준, 즉 뼛조각에 대한 해석 기준만이라도 명확히 하자는 합의가 이번 협의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은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농림부는 한미 FTA 농산물 분과 협상과 관련해 '막판 고위급 회의를 통한 조율'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민동석 농림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이날 KBS 1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에 출연해 "농업 부문에서 공세적 태도를 취하는 미국 측이 고위급 회의를 열어 쌀, 쇠고기 등 민감품목에 대한 이견 해소의 길을 트겠다는 목적으로 회의를 요청해 와도 현재로서는 응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현재의 농업 대표단이 협상을 잘 하고 있으므로 이 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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