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뉴욕타임스>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라크 주둔 미군이 철수할 경우 이라크 시아파에 대항하는 이라크 수니파에게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미국측에 통보했다"고 미국과 아랍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단독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은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25일 급박하게 돌아가는 이라크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황급히 리야드를 방문했을 때 이같은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압둘라 국왕은 미국이 이란과 외교적 교섭을 갖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시아파인 이란은 이라크 시아파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의 이같은 경고는 이란의 핵프로그램과 함께 이라크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 증대를 두려워하는 미국의 아랍 동맹국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측은 이라크의 소수파인 수니파 주민들이 학살될 것을 우려해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이란, 시리아, 기타 테러세력들에 대항하는 연합군을 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유럽과 수니파 아랍국가들, 그리고 이라크의 온건 시아파 정부가 포함된다.
아랍의 한 외교관은 "가상의 상황이기는 하지만, 인종청소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심각한 상황이 된다면 이 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미 사우디 대사 투르키 알-파이살 왕자의 자문관 나와프 오바이드도 2주전 <워싱턴포스트>에 이러한 시나리오를 기고했다가 즉각 해고됐다.
오바이드는 기고문에서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할 경우 첫번째로 일어날 일 중에 하나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조직들이 이라크 수니파 주민들을 학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우디가 대대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오바이는 사우디가 가뜩이나 어려운 이란의 경제를 파탄에 빠뜨릴 목적으로, 원유 생산량을 늘려 원유가격을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사우디 정부는 오바이드의 주장을 부인했지만, 아랍 외교관들은 오바이드의 주장은 이라크에서 미군의 철수를 명백히 반대하는 사우디 정부의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1일에는 수니파의 저명한 종교지도자들이 모여 전세계 수니파 무슬림들에게 이라크의 시아파에 대항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수니파에 대한 살인과 고문, 격리가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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