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오, 가본 적은 없지만 한국 이야기는 몇 번 들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고 4강에도 진출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한국이 일본 어디쯤에 있는 도시입니까?"
"예? 한국과 일본은 전혀 다른 별개의 나라인데요."
"그래요? 저는 한국이 일본에 있는 어떤 도시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2002년 월드컵 공식 명칭이 'Korea-Japan 2002' 아니었어요?"
한국관광공사 영국 주재원이 직접 겪었다는 이런 일화는 외국을 자주 들락거리는 이들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 보았을 것이다. 한국 기업 중에서 외국인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삼성'도 상당수 외국인이 일본계 회사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Korea'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1950년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까? 한국관광공사가 전 세계 26개 도시에 나가 있는 해외주재원의 목소리를 담아 펴낸 <한국을 팔아먹는 사람들>(지안 펴냄)은 경험에서 우러난 생생한 답변을 들려준다. 한 가지 예를 살펴보자.
대다수 영국 국민이 한국에 대해 무지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관광공사는 2004년부터 영국 청소년과 대학생의 수학여행을 한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쓰고 있다. 외국 청소년의 국내 수학여행은 자연스럽게 해외에서의 한국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법. 수학여행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것은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하기'였다. 우선 학부모가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영국 내 사립 중고등학교 30곳의 주소와 학교장 이름을 파악한 뒤 그 학교들에 한국 관련 도서를 기증하면서 관광설명회를 가질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3주가 지난 뒤에 단 3곳에서만 답을 보내 왔지만, 내용은 모두 부정적이었다.
이런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영국 중고등학교의 수학여행은 교장이 단독으로 결정하기보다는 교장이 교사 및 학부모와 협의를 거쳐 결정하고, 최종 결정권자도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이 책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영국의 명문학교인 해로우스쿨의 수학여행을 한국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한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관광공사는 학교에서 관광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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