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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를 향해 <정의의 외침>을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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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를 향해 <정의의 외침>을 쏜다"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10〉말레이시아 야당지 발행인 티엔 추아

국제 노동조합 관련 회의를 위해 최근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길에 이 나라의 유력한 야당 인사이자 차세대 정치인으로 꼽히는 인민정의당 티엔 추아(Tian Chua)를 만나 그가 발행인을 맡고 있는 대안의 정치신문 <정의의 외침>에 대해 들어보았다.

티엔 추아는 반(反)마하티르 민주화 투쟁으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2년 간 투옥된 바 있고 말레이시아의 대표적 노동단체인 노동자원센터(Labour Resources Centre)의 소장을 맡고 있다.

- 말레이시아의 유일한 대안 언론으로 평가받는 <정의의 외침>은 언제 창간되었나?

"1999년 당이 만들어질 때 창간되었다. 지난 7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 신문의 이름은 말레이어로 Suara Keadilan, 즉 '정의의 외침'이다. 정의가 늘 이기는 건 아니다. 사실 가끔씩 이긴다고 봐야 한다. 우리 신문의 역사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 티엔 추아 <정의의 외침> 발행인. ⓒ프레시안

- 말레이시아의 언론자유 상황은 어떠한가?

"언론자유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간행물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매년 정부가 기존 언론을 검열해 허가를 갱신한다. 정부의 눈 밖에 나면 언론사 문을 닫아야 하니까 알아서 긴다. 이런 이유로 비판언론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공영방송은 정부가 독점하고 있고, 민영방송은 여당이 독점하고 있다. 신문은 3개 언어로 발행되는데, 말레이어 신문들은 여당인 통합말레이국민기구(UMNO)가 최대 주주로서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실상 UMNO가 소유주다. 중국어 신문은 4개 있는데 독립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영어 신문은 2개 있는데, 하나는 UMNO가 통제하고, 다른 하나는 중국인을 대표하는 여당인 말레이시아중국협회(MCA)가 통제하고 있다."

- <정의의 외침>은 정부의 허가를 받았는가?

"물론 허가를 받지 못했다. 매년 정부에 허가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정부는 거절 이유를 전혀 말해주지 않는다. 비판적인 대안신문의 등장을 우려하기 때문에 허가를 내주지 않는 것으로 본다. 경찰이 우리 신문사를 습격해서 인쇄된 신문을 빼앗아 가기도 한다. 불법과 법외의 중간쯤에 있는 신문으로 보면 된다. 하지만 독자는 많아 격주로 4만 부를 발행한다. 물론 유료 판매를 하며, 1부에 2링깃(500원)이다. 전국에 100개의 판매망이 조직되어 있으며, 소폭의 흑자 운영을 하고 있다.

- 다른 정당은 기관지를 발행하지 않나?

"여당인 UMNO는 기관지를 발행하지 않는다. 사실상 모든 방송과 신문을 UMNO가 통제하기 때문에 기관지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 이슬람정당(PAS)이 기관지를 만드는데 12만 부를 발행한다. 합법신문의 덕을 톡톡히 보는 거다. 우리도 합법화만 된다면 12만 부는 문제없다. 정당 기관지는 격주로만 허용된다. 사실 우리는 더 자주 발행하고 싶고 그럴 능력과 자원도 있지만 정부의 규제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 기성 신문과 비교할 때 <정의의 외침>이 갖는 특징은 뭔가?

"우리 신문은 정당 기관지와 대안 신문이라는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정당에 속해 있다는 점에서 정당의 기관지이지만, 편집과 재정, 그리고 운영에서 당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이 때문에 비판적인 시각을 바라는 일반 독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 <정의의 외침>에서 당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나는 인민정의당에서 홍보 책임자를 맡고 있으며, 이 자격으로 정당 기관지 성격이 있는 우리 신문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당이 신문에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유연하다. 사회정의 실현, 인민생활 개선, 민주주의 강화라는 기조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신문기자들 스스로 알아서 신문을 만든다."

- 기자들의 수준은 어떤가?

"누구나 원하면 기자가 될 수 있으며, 특별한 자격제한은 없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은 나쁘지 않다. 신문사에서 자체 훈련과정을 개설해 기자들의 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편집국장 1명, 부국장 1명, 기자 4명, 광고판매 2명, 배달 2명 등 모두 10명이 상근하고 있다. 기자들의 월급은 일반 노동자의 평균 수준은 된다. 물론 기성 언론사의 수준에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 인민정의당에 대해 설명해 달라.

"1999년 국민정의당이란 이름으로 창당된 이후 2003년 인민사회당과 합당해 인민정의당으로 개칭했다. 의회 의석 219석 가운데 1석을 가진 신생 소수정당이다. 마하티르 전 수상에 의해 탄압을 받아 수감된 바 있는 안와르 전 부수상이 창당한 정당으로, 현재 그의 부인이 인민정의당 당수로 있다. 지방의회에는 의석이 전혀 없으며, 당원은 8000명이다."

(현재 말레이시아 의석 분포는 여당 UMNO가 의회 의석의 90%를 독점하고 있고, 중국인을 위한 민족주의 정당인 민주행동당이 13석, 이슬람정당(PAS)이 6석을 각각 갖고 있다.)

- 한국 독자에게 한 마디 더 한다면….

"<정의의 외침>은 정부의 언론 검열과 보수언론의 독점이라는 말레이시아의 열악한 언론 상황에서 비판적인 대안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점에서 언론의 자유를 향한 투쟁의 일선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의의 외침>이 어느 정도의 자유를 누리는가가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자유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충분히 누리고 있는 한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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