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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정점 닥치면 남한도 북한 전철 밟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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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정점 닥치면 남한도 북한 전철 밟을 가능성"

이필렬 "기존의 북한 지원 방식, 심각하게 재고해야"

석유생산이 더 이상 늘지 못하고 줄어들기 시작하는 '석유생산 정점(Peak Oil)'이 앞으로 머지 않아 닥칠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북한 지원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이필렬 '에너지전환' 대표(방송대 교수)는 석유생산 정점을 주제로 지난 1일 서울 정동 프렌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북한에 대한 현상유지형 단순 지원과 개발 지원은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필렬 "석유생산 정점 오면 남한도 북한 전철 밟을 수 있다"

이필렬 대표는 "앞으로 5년 또는 늦어도 10년 안에는 석유생산 정점이 닥친다는 경고를 받아들인다면 남한 역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소련 붕괴 이후의 북한과 같은 정도로 타격이 심하진 않겠지만, 전 세계 석유공급이 연간 2~3%씩 줄어들 때 남한이 과연 버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처음 한두 해는 그간 벌어놓은 것을 써가며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산업구조와 사회구조의 현상유지를 고집한다면 북한의 '고난의 행군' 때와 같은 시기를 남한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석유 의존도를 현재의 50%에서 2030년 35%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데 그 정도로는 석유정점 사태에 전혀 대비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석유공급이 줄어들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태의 생생한 예로 1990년대의 북한을 들었다. 그는 "1990년 소련의 붕괴로 소련으로부터 오던 석유의 90%가 사라지자 북한의 석유 수입이 격감해 1996년의 수입량이 1990년의 40%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석유 공급 감소가 곧바로 비료 생산 감소, 농기계 가동 중단으로 이어져 참혹한 식량난으로 귀결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북한 식량난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자연재해도 사실 에너지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부족으로 식량 생산이 감소하자 도시에 살던 사람들 상당수가 농촌으로 들어갔고 이들이 마구잡이로 삼림을 농토로 개간하고 나무, 건초를 난방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마구 베어내면서 국토 전체가 자연재해에 취약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필렬 '에너지전환' 대표.ⓒ프레시안

세 가지 '미래 플랜' 경쟁 중…한반도는?


이필렬 대표는 현재 석유정점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전 세계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랜 A'는 현재와 같이 에너지를 과다소비하는 산업사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한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의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국가가 여기에 해당한다.

'플랜 B'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대한 의존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필요한 에너지를 주로 재생가능 에너지로부터 얻는 방식이다. 현재의 산업사회 시스템을 어느 정도는 유지하되 약간의 수정을 꾀하는 이런 방식은 독일, 덴마크, 스위덴과 같은 유럽 국가들이 1980년대부터 시작했으며, 현재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이 방식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플랜 C'는 현재의 산업사회 시스템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 방식이다. 현실에서는 1990년 소련의 붕괴와 미국의 경제제재 강화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한 쿠바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으로 이 방식을 채택했다. 쿠바는 현재 식량생산을 거의 예전 수준으로 회복했고 교육, 의료, 보건 등 기본적인 사회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북한과 똑같이 '인위적인 석유생산 정점' 사태를 당한 쿠바가 그것을 극복한 방식은 플랜 C가 현실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식량 수입이 절반으로 줄고 비료, 농약, 사료의 수입이 80% 감소한 상황에서도 쿠바는 기존의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포기하는 것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대북 단순지원,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 이필렬 대표는 "남한의 사회 시스템을 굴러가게 만드는 중심 동력원은 석유"라며 "이 동력원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도 시스템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기존 문명이 붕괴했던 길을 남한이 그대로 따라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그러나 "북한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북한을 다른 길로 나아가도록 하고, 더 나아가 남한도 그 길로 옮겨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도래할 석유생산 정점 사태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판단하려면 북한의 경험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런 이필렬 대표의 지적은 그간 남한의 통일운동 내에서 당연시해 온 대북 식량·비료 지원,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 등에 대한 재고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그런 사업들은 북한을 남한처럼 개발하자는 것인데, 남한이 위기에 직면할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알레크렛 교수 "세계는 석유생산 정점 대비책 마련 위해 고심 중"

이필렬 대표는 1일 스웨덴 웁살라 대학 쉘 알레크렛 교수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 동석해 석유생산 정점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석유생산 정점 문제는 2000년대 들어 알레크렛 교수가 의장으로 있는 ASPO(The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Peak Oil & Gas) 소속 지식인들의 노력으로 전 세계에서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알레크렛 교수는 "2005년 미국 상·하원이 석유생산 정점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시작했고, 올해에는 스웨덴이 2020년까지 난방 등의 분야에서 석유 의존도를 '0'로 만들겠다는 선언을 발표하면서 이 문제가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올랐다"며 "구글(www.google.com)에서 'Peak Oil' 검색어로 검색되는 문서 수가 최근 6개월 새 300만 개에서 1000만 개로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대해 이필렬 대표는 "이미 1990년대 말부터 석유생산 정점 문제에 대해 한국사회가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녹색평론> 같은 일부 생태·생명운동 진영 외에는 언론과 지식인들이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석유생산 정점 사태가 예상대로 수 년 내에 도래할 경우 한국사회는 큰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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