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은 18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와 핵 야망을 포기할 경우 안보협력과 이에 상응하는 유인책을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정전 상태에 있는) 한국전의 공식 종료 선언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토니 스토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록 중에는 한국전의 종료를 선언하고 경제협력과 문화, 교육 등 분야에서의 유대를 강화하는 게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은 1953년에 공식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휴전상태로 종료됐다.
이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우리의 의지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대북 조건부 유인책 제공 구상의 일단을 밝혔다.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도 정상회담 후 "양 정상은 대북 경제지원과 안전보장, 그리고 평화체제 문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상응하는 조치를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송 실장은 또 "경제적 지원은 지난해 9.19 공동성명에 에너지 지원 등이 포함돼 있고 안전보장 문제도 북한과 미국의 관계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정에서 당연히 제기될 문제"라며 "그러나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6자회담) 협상장에서 그런 내용이 토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전 종료' 언급, 의미는?
미국이 북한에서 핵을 포기하면 '한국전쟁의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전의 종료를 선언하는 것은 곧 북미 교전상태를 청산하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북한을 비롯해 미국, 중국이 정전협정을 체결한지 올해로 53년째 정전상태인 한국전쟁이 종결됐음을 공식 선언하는 것은 사실상의 교전상태를 종식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것이라는 얘기다.
전쟁 당사국들이 정전협정을 폐기하지 않는 한 여전히 '교전관계'에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란 논거에서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과 교전상태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미국도 의회 및 행정부의 각종 보고서에서 '북한과는 기술적으로 전쟁상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전 종료가 공식 선언되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작업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과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작년 9월 19일 발표한 '9.19 공동성명' 제4항에서 "6자는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공약했다.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이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를 한국전 종료 선언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려면 북한의 태도가 핵심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현 시점에서 '한국전 종료선언'을 예고하고 나섰을까.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북한 전문가 백승주 박사는 "북한 핵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지 않겠다는 발언보다 진전된 의미 있는 언급"이라며 "북한과 평화체제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전향적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스노 대변인의 발언은 교전상태를 청산해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여러 방면에서 북미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며 "미국의 진일보한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선문대 북한학과 윤황 교수는 "미국이 한국전 종료를 선언하겠다는 것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명분을 주려는 카드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평화협정 체결 문제가 논의된다는 것은 곧 군사적으로 대북 적대관계의 종식을 뜻한다"며 "결국 북한을 군사, 안보상 협의상대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가시화될 경우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중국 간 3자협의로 그림이 그려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한국의 참여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일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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