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3일 귀국함에 따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사건과 관련해 이 회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언제 이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가 지난달 28일 1차 소환조사한 이학수 삼성 부회장을 2차례 더 부르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추가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이 회장 소환은 일단 11월 이후로 넘어갈 것이 확실해 보인다.
당초 검찰 안팎의 전망은 검찰이 추석연휴가 끝난 뒤 이 부회장을 추가로 소환해 그룹 비서실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에버랜드 CB 발행과 대주주들의 실권, 이재용씨 남매의 CB 헐값 인수 및 주식 전환 등에 총체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고 이달 말께 이 회장을 불러 수사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이었다.
이는 에버랜드 CB 저가 발행 사건의 항소심 공판이 11월 2일로 잡혀 있어 CB 실권주를 이 회장의 장남 재용 씨 등 4남매에게 넘기는 과정에 '그룹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증거를 법정에 제출해야 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추석 즈음으로 예상됐던 이 회장의 귀국이 늦어지고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추가 소환마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수사가 전반적으로 늦춰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회장 부자의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국회 법사위가 티격태격하다 이 회장이 귀국한 23일 대전고법 국감장에서 표결로 부결 처리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 추가소환이건 이 회장의 소환이건 11월 1일 국감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에도 검찰이 구체적인 소환 시점을 통보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과 이 회장에 대한 소환 일정도 검찰과 삼성 양측이 이미 협의를 끝냈거나 협의 중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도 이날 귀국하면서 "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검찰 소환에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동안 침묵하다 "순리대로 하겠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이에 앞서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 소환 때 "1차 조사는 20% 정도 진행됐고 두 차례 더 조사할 예정이며 이 회장 조사도 고려할 게 많지만 신속 수사가 원칙"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모든 국민이 이 회장이 지시했다고 여기고 있는데 입증을 하지 못하면 이상한 것 아니냐"고 말해 비서실의 개입뿐 아니라 이 회장의 지시 의혹에 대한 증거, 진술, 정황, 단서 등을 상당히 확보했음을 시사했었다.
한편 검찰은 이재용 씨 소환에 대해서는 '당시 미국 체류 중이었기에 의혹을 부인할 것이 뻔한 만큼 부를 계획이 없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사건은 이 회사 이사회가 1996년 10월 CB 발행을 결의하고 2개월 뒤 CB 125만4000여 주를 재용 씨 남매 4명에게 배정하면서 주당 최소 8만5000원대로 평가되던 에버랜드 CB를 주당 7700원에 넘겨 헐값 시비를 낳은 사건으로, 재용 씨는 CB를 주식으로 바꿔 최대주주(20.7%)가 됐고 그룹 경영권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2000년 6월 법학 교수 43명이 재용 씨에게 경영권을 넘기려고 이 회장과 삼성 임원들이 공모해 CB를 발행한 것이라며 회사 관계자 33명을 고발했다.
한편 이 회장은 23일 일본 나리타 공항을 출발해 오후 8시께 전용기 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 회장의 귀국은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상' 수상을 위해 지난달 13일 출국한 이래 40일만이다.
이 회장은 공항에서 '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증인 채택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한동안 침묵하다가 "순리대로 하겠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그는 또 '국감 증인 채택이 부결된 것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오늘 비행기로 들어오면서 들었다"며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그동안의 해외활동에 대해 "일이 바빴다. 사람들 많이 만나고 현지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이 회장이 입국장을 나오는 동안 수십여 명의 수행원이 경호를 폈으며, 이 회장은 곧바로 공항 청사 밖에 대기 중인 검정색 세단 차량을 타고 떠났다.
이 회장은 해외에 체류하는 동안 미국 뉴욕에서 열린 '밴 플리트상' 시상식에 참석한 후 미국과 영국, 두바이, 일본 등의 삼성 사업장을 돌아보고 사업 파트너와 지인, IT(정보기술) 분야 전문가와 학자 등을 만났다.
그는 미국에서 뉴욕 맨해튼 타임워너 센터의 삼성체험관을 방문해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고, 이어 영국 런던의 프로축구 첼시구단 홈구장, 두바이의 삼성물산 세계 최고층 빌딩 건설현장, 일본 요코하마 평판디스플레이 전시회 등을 찾아 삼성 경영진에게 '창조경영'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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