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대규모 생명과학 연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H교수가 데이터 중복사용 등의 연구윤리 위반 혐의로 대학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생명과학계에서 '황우석 사태'의 악몽이 재연되고 있다.
국내 소화기내과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베스트 중견의사'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던 H교수는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활발한 연구로 유명세를 탄 '스타급' 교수여서 학계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아주대는 24일 "'간 및 소화기질환 유전체 연구센터'의 센터장인 H 교수가 논문 데이터 중복사용 등의 연구윤리 위반 혐의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이 대학 의과대학은 작년 6월께 내부제보를 통해 자체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H교수가 △고의적인 그림 편집사용 △여러 편의 논문에서 같은 실험 데이터 중복사용 △데이터의 표기 변형 등으로 연구윤리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아주대는 이같은 의대의 의견을 받아들여 H교수를 센터장에서 보직해임시킨 뒤 해임 등 징계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곧 징계위원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H교수에 대한 징계수위를 건의하기 위해 열린 의대 인사위원회에서 전체 참석자 10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9명이 파면 또는 해임을 건의할 정도로 H 교수의 연구윤리 위반 정도는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주대는 H교수가 어떤 논문에서 어떤 방식으로 연구윤리를 위반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복지부도 자체조사에 나서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H교수의 논문 중에는 매년 5억 원 안팎의 정부출연금이 지원되는 '간 및 소화기질환 유전체 연구센터'의 연구성과로 내놓은 논문도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이 커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가 자체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복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주대로부터 H교수가 연구윤리 위반 문제로 센터장에서 해임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는 통보를 받고 연구비 지원을 중단하는 한편 지난 2001년 이후 진행된 프로젝트 결과물에도 문제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H교수의 연구윤리 위반문제가 센터 지정 철회사유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지만 일단 대학의 자체조사가 마무리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H교수가 주도한 '간 및 소화기 유전체 연구센터'는 지난 2001년 복지부 지정 연구소로 출범한 이후 매년 5억 원 안팎씩 모두 24억7000여만 원의 정부출연금을 탔으며 민간기업의 별도 후원도 받고 있다.
당사자는 "억울하다"며 결백 주장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H교수는 "복지부의 연구비 지원사업과 관련 없는 논문 5편 정도에 대해 지적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관점에 따른 해석 상의 문제에서 불거진 오해라고 생각해 징계위원회에 나가 결백함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실험 데이터 중복사용 문제는 프로시딩(학회발표논문집)에 있던 것을 정식 논문으로 발전시킨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주대 김태승 교무처장은 "황우석 박사 사건 이후 연구윤리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연구윤리 위반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당사자가 이의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련 증인들을 불러 심도 있는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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