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절반 이상의 보건의료 상품에 대한 관세를 즉시 철폐하겠다는 내용의 양허안 초안을 미국 측에 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기우 의원(열린우리당)에 따르면 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 보건의료 상품 분야에서 정부가 미국 측에 전달한 양허안을 보면 이 분야의 수입품목 총 1512개 가운데 52.1%인 787개 품목에 대한 관세가 한미 FTA 발효 즉시 없어지도록 돼 있다. 이 중 식품이 468개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의약품 303개, 의료기기 73개, 화장품 2개 순이다.
또 보건의료 상품 분야의 전체 수입품목 중 96.5%인 1458개 품목에 대한 관세는 5년 안에 완전히 없어지는 것으로 돼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장기인 10년 안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품목은 3.4%인 52개에 그쳤다. 국내 산업기반 보호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된 품목은 초음파 영상진단기, 자기공명촬영기(MRI) 등 단 2개(0.1%)뿐이다.
한미 양국 협상단은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2차 협상 당시 상품무역 분야의 양허단계를 관세철폐 시한 기준으로 △즉시 △3년 내 △5년 내 △10년 내 △기타 등 5개로 분류하고, 8월 15일 상품 분야 양허안 초안을 미국 측과 교환했다.
이기우 "보건의료 시장의 대미 무역적자 더 커질 것"
이기우 의원은 "우리 보건의료 상품 산업의 대미 경쟁력은 취약하다"며 "양허안 초안대로 보건의료 상품 시장이 개방되면 이 분야의 대미 무역적자가 더 커질 뿐 아니라 산업기반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미국 시애틀에서 3차 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7일 여야 의원 22명과 합동으로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회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한미 두 나라의 상품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보건의료 상품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우위에 있는 품목은 라면, 젤라틴캡슐, 콘돔 등 단 3개뿐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20일 해명자료를 통해 "관세철폐 즉시 단계에 포함된 식품 468개, 의약품 303개 등은 현재 관세가 부과되지 않거나 그 원료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품목"이라고 반박했다.
나아가 복지부는 5년 안에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들도 현재 관세율이 낮거나 앞으로 개방수위를 높여도 국내에 미칠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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