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정리인가, 관망인가? 혹은 무관심인가?'
한.미 정상회담(9.14) 후 북핵문제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정작 북한 언론은 17일까지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신문과 통신, 방송은 미국과 일본의 대북 압살정책과 함께 남한의 군사력 강화를 비난하는 등 비교적 '일상적'인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언급이 있다면 미국이 대북 제재를 계속하는 한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17일 발언이 전부다.
<로이터>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김 상임위원장은 이날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에 참석, "북한은 미국이 제재를 유지하는 한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 은행계좌 동결과 북한을 돕는 금융기관들에 대한 경고 등 제재 조치를 유지하면서 무조건 회담장에 복귀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내놓은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제재 중 회담복귀 불가'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을 뿐이다.
결국 북한의 입장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철회이며 그 이후에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 언론도 이에 대해 직접적인 논평을 내놓기 보다 미국의 경제제재 철회를 촉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논평을 통해 미국의 위조지폐 '이중기준'을 비난하면서 "미국이 화폐위조의 타당한 근거와 물질적 증거도 없이 우리에게 화폐 위조국의 감투를 씌우고 부당한 금융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통신은 또 "미국의 금융제재 소동은 우리를 불법국가로 몰아붙여 우리 제도를 압살하려는 데 목적을 둔 것"이라며 "미국은 시대착오적인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우리에 대한 부당한 금융제재를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평양방송>은 17일 북.일 평양선언 4주년을 맞아 "선언 불이행의 책임은 일본에 있다"며 역시 6자회담 참가국인 일본의 대북 적대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미.일을 중심으로 한 대북 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미 정상회담으로 현 상황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도 한.미 정상이 포괄적 접근방안에 합의했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 변화가 있다는 것인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포괄적 접근방안은 방향설정일 뿐이며 아직 뾰족한 아이디어나 극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서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중국과도 특별히 '주고 받을 것'이 없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존의 대북 정책과 다른 점이 없어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시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없다면 임기 만료까지 지금의 대립각을 이어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의 회담 복귀에 대한 뚜렷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 한 '북한의 결심'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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