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미국 재계 측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선임부회장이 미국 정부와 의회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한미 FTA의 적용을 받도록 허용할 경우 내년 초쯤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윌리엄 로즈 부회장은 16일 "최근 한미 정상회담과 (미) 의회의 분위기를 감지해 본 결과 개성공단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제외하면 한미 FTA에 큰 걸림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 의회도 미국의 7대 교역국인 한국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간 정치적인 입장차만 성공적으로 절충되면 협상시한인 내년 2월 안에 타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즈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한국의 경제전망에 대해 설명하며 "한미 FTA는 참여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추진하는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중요한 기회"라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다.
19~20일 이틀 간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권오규 부총리와 윌리엄 로즈 부회장은 이날 숙소인 리츠칼튼 호텔에서 만나 한미 FTA를 포함한 양국 간 경제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로즈 부회장은 지난 13일 한미 정상회담 참석 차 워싱턴에 체류 중이던 노무현 대통령과 미국 재계인사들의 오찬회동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 오찬회동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에 대한 한국정부의 추진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22일 로즈 부회장은 제19차 한미 재계회의 참석 차 서울을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 측에서 볼 때 한미 FTA는 시기 문제가 중요하다"며 "12월 말이면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로즈 부회장은 "(한국 내에서) 한미 FTA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등 전향적 조치를 미국 정부에 촉구할 의향이 없는가"라는 우리 재계 측의 요청에 "개성공단 문제는 양국 정부가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거절했다.
미 정재계의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히는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선임부회장은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한미 재계회의의 미국 측 의장을 맡고 있다. 로즈 회장은 1997년 말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닥쳤을 당시 미국 금융기관 협상단의 대표로서 채무연장 협상을 이끈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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