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에선 "30개월 미만도 안전하지 않다"고 해 놓고선…
2005년 11월 농림부 축산국이 작성한 '미국 광우병(BSE) 상황 및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검토'라는 보고서에서 "30개월 미만 소에서 광우병의 발생률이 약 0.05%로 알려져 있다"고 명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 농림부는 이 보고서의 공개를 미루다 9월 초 강기갑 의원실의 요청으로 뒤늦게 공개했다.
농림부는 이런 사실을 정부의 공식 문서에 적시해 놓고서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을 핑계로 최근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공식 선언했다. 이런 농림부의 태도는 일본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기준과 큰 차이를 보인다.
7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공식 선언한 일본은 20개월 미만의 소만을 수입하기로 했다. 이미 농림부 보고서에서 확인됐듯이 30개월 미만의 광우병 사례가 세계적으로 최소한 24건(2006년 8월 현재) 발견된 사실을 토대로 미국 정부에게 기준 강화를 요구한 결과다.
심지어 일본은 20개월 미만 중에서도 12~17개월 쇠고기만을 수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미국 측이 제시한 육질 A70 등급보다 훨씬 더 강화된 A40 등급을 기준으로 내세워 관철시켰다. A40 등급의 쇠고기는 미국 내 전체 도축 소의 8%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은 12~17개월 쇠고기만 수입
일본보다 수입 기준을 완화한 상태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받아들인 것은 전형적인 '굴욕 협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광우병 발생국'이지만 한국은 '광우병 비발생국'이기 때문이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편집국장은 "일본 정부는 자국에서 30개월 미만의 소에서도 광우병이 2건 발생한 사실을 내세워 수입 재개 기준을 강화했다"며 "한국 정부는 이런 사실과 광우병 비발생국이라는 유리한 조건을 이용하지도 못한 채 미국 측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이런 치욕적인 협상 결과를 놓고서도 농림부는 일본보다 더 나은 조건으로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했다는 식으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농림부의 대국민 사기극은 꼭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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