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변화에 대비해 일본도 핵무장을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中曾根康弘)의 이같은 발언으로 국제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은 이웃 나라들을 침략하다가 원자폭탄 폭격을 자초한 뼈아픈 역사로 인해 일본 정계에서 핵무장 발언은 최대 금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이날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세계평화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핵우산을 일본에 제공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가 반드시 지금처럼 계속될 것인지 예단할 수 없다"며 "핵무기 문제도 연구해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지난해 자민당의 신헌법기초위원회 전문소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일본 정통 보수세력의 정서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적극적인 개헌론자인 나카소네 전 총리는 지난해 신헌법기초위원회 전문소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위원장 대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과 함께 전문작성 작업을 지휘한 바 있다.
나카소네 전 총리의 발언에 앞서 세계평화연구소는 '21세기의 일본의 국가상에 대해'라는 제목의 제안을 통해 자주적 방위능력 향상의 일환으로 적 기지 공격능력의 보유를 주장했으며, 지난해 1월 헌법개정시안을 발표해 11월 자민당의 신헌법 초안 작성을 위한 당내 논의의 토대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나카소네 전 총리의 '핵무장 연구 필요성' 발언은 '비핵 3원칙'의 폐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도 "나카소네 전 총리가 '핵문제 연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비핵 3원칙'의 개정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비핵 3원칙'이란 핵무기를 갖지 않고, 만들지 않으며, 들여오지도 않는다는 것으로 지금까지 역대 일본 정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표명해 온 공식 방침이다.
나카소네 발언은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에게 상당한 긴장을 조성할 전망이다. 일본 정계에서는 대표적인 강경파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도 최근 북한과 중국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핵무장을 촉구하는 글을 일본 언론에 기고하는 등 핵무장의 필요성을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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