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의 지리멸렬한 쇄신 정국에서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쇄신파의 공간이 열릴지 주목된다. 가장 큰 변수는 오는 28일~29일 있을 국회 본회의로 부의될 가능성이 높은 세종시 수정안 표결 처리 문제다.
본회의에 부의되거나 박희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표결이 이뤄지면 계파 갈등이 증폭되고, 이는 고스란히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경우 전당대회는 지난 2년여동안 누적된 계파간 싸움이 폭발하는 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급부로 쇄신파의 입지는 축소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계파 갈등 국면으로 몰고가는 '주범'인 친이계는 구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는 '100인 서명'이 진행되고 있는 25일 현재 65명의 친이계 의원들만이 서명을 한 상황이다.
'쇄신파'가 가장 경계하는 '계파 갈등' 재현될까?
서명을 주도하고 있는 임동규 의원실 관계자는 "주말인 27일까지 서명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까지 100명을 채울 것으로 전망하는 인사는 드물다. 중립 성향의 한 의원은 "내가 봤을 때는 부의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박희태 의장이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서 직권상정은 절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서명에 동참한 의원들도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친이계 의원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계파 갈등으로 비치는 부담은 있지만 별수 있느냐. 소신껏 서명은 했다"고 푸념했다.
이 때문에 초선 쇄신파 김성식 의원은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30명 이상이 서명을 하면 부의는 될수 있지만 가령 100명을 채우겠다고 하면 (계파간 편가르기)로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며 "물러서야 할 때 분명히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친이계에 경고를 던졌다.
그러나 지지부진한 현재 상황으로 볼 때 100인 서명도 채우지 못하고, 본회의에 부의될 가능성이 높다. 부의는 하더라도 표결까지 못 갈 경우 친이계는 내에서는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표결이 이뤄지더라도 예상치를 한참 밑도는 결과가 나오면 이 대통령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일부 강성 친이계가 부담을 안고서라도 무리하게 친박계를 자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처럼 노골적인 계파 갈등을 조장할 경우 내달 14일 열릴 전당대회는 계파 갈등의 '분출구'가 될 수밖에 없다. '쇄신파'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후보 난립, '대주주'들 나설 경우 판 정리될 수도
전당대회 전망과 관련해 당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지금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누구든 1등이 될수 있고, 누구든 꼴찌가 될 수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거물급'이 모두 빠진 상태이기 때문에 1인 2표제가 만들어낼 '변수'에도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계파 갈등 누적에 지친 대의원들이 1표는 각자 계파대로 투표할 수 있지만, 다른 한 표를 쇄신파에 던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점치는 인사도 있다.
또 다른 변수는 '당의 대주주가 움직이느냐'하는 점이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이 나설 가능성은 적지만,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나 이상득 의원 등이 나설 경우 판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친이계 쪽으로 표가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선거는 친이계로 대변되는 '보수 매파'와 중립 성향의 '보수 혁신파'의 틀에서 구도가 잡히고 있다. 전자에는 친이계 강성으로 꼽히는 안상수 의원, 정두언 의원, 친박계에서는 현재 서병수, 이성헌, 한선교 의원 등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보수 혁신파'로 분류될만한 대표적인 인물은 홍준표, 남경필 의원이다. 여기에 출마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은 초선 쇄신그룹 리더 김성식 의원 역시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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