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종관 부장판사)는 31일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이 금융감독위원회를 상대로 낸 '론스타 외환은행 주식취득 승인처분 무효확인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의 이유는 투기자본감시센터를 비롯한 원고 측이 이런 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은 지난 2004년 10월 "은행법상 비금융 주력자에 대한 은행지분 취득은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 매우 특수한 사유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외환은행은 이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금감위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론스타는 비금융 주력자에 해당하는 사모펀드이며, 국내 은행법상 원칙적으로는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금감위와 재정경제부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다는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경영사정이 건전한 편에 속했던 외환은행을 BIS 비율 조작 등을 통해 부실은행으로 몰아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소송을 각하한 이유와 관련해 "소의 이익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처분근거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원고들은 외환은행의 주주로서 간접적이거나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데 불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금감위의 승인은 론스타의 자회사가 외환은행이 발행한 주식 51%를 보유한 것에 대한 승인으로 외환은행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처분으로 주주나 직원 등의 법률상 이익이 침해됐다고 볼 수 없고, 외환은행의 존속 자체가 직접적으로 좌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소송인 자격 충분하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소송이 각하됐다는 판결이 난 직후 서울 서초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송이 제기된 지 꼬박 2년이 다 가도록 허송세월해 온 서울행정법원이 이제 와서 소송 당사자 자격을 문제 삼으며 어이없는 결정을 내렸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투기자본감시센터의 허영구 공동대표는 "원고의 소송자격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당시 소송을 제기할 때 구성된 원고인단은 외환은행 직원들, 소액주주, 교수, 법조인, 시민사회의 명망가 등 모두 5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모두 외환은행의 불법적인 매각으로 인해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당사자로서 소송인의 자격이 있다"고 반박했다.
투기자본센터의 이대순 운영위원장은 "지난 2년 간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양심적 언론인과 학계 인사, 그리고 몇몇 국회의원들의 헌신적인 활동에 힘입어 이 사건의 진실이 거의 대부분 밝혀졌다"며 "감사원조차 매각의 부당함, 법률적 근거의 미비, 그리고 관련 당사자들의 부적절한 개입 문제를 사실상 인정했고,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미 일부 관계자가 형사 구속된 상황인데도 서울행정법원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날 각하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의 정종관 부장판사는 과거에 론스타가 외환카드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당사자"라며 판결의 공정함에 의문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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