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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지도자 살해…파키스탄 내전 위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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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지도자 살해…파키스탄 내전 위기 고조

[분석] 미국, '대테러 전쟁' 총체적 실패 직면

미국의 대테러 전쟁이 '총체적 실패' 양상을 더해가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을 앞세워 '새로운 중동 건설'을 위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제거에 나섰으나 쓴맛을 본 미국에게 중동과 이웃한 파키스탄이 세계정책 실패의 또다른 진앙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6일 파키스탄 북서부 발루치스탄주의 분리독립 투쟁을 이끌던 반군지도자 나왑 악바르 부그티(79)가 정부 보안대에 의해 살해되자, 반군과 주민들이 격렬한 대정부 투쟁에 들어갔다.

발루치스탄의 분리독립투쟁 격화

발루치스탄은 파키스탄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의 국경에 걸친 산악지대로 파키스탄계 주민들의 주류는 인도에서 이주한 수니파 무슬림이지만 이곳 주민 대다수는 이란계 시아파다. 이 때문에 1970년대부터 발루치스탄의 분리주의 투쟁이 시작됐다.

이 지역은 천연가스와 우라늄 등 천연자원이 다량 매장된 지역임에도 파키스탄 내에서 가장 소득이 낮을 정도로 주민 전체가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2004년부터 중앙정부의 에너지 자원에 대한 수탈이 심화된 이후 무장 독립투쟁이 격화됐다.

이 때문에 <아시아타임스>는 "부그티의 살해는 '발루치스탄 독립운동'에 불을 당긴 사건인 동시에,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해 온 파키스탄 군부의 강력한 타격"이라고 전했다.

<아시아타임스>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보안대는 오래 전부터 부그티의 은신처는 물론 그가 2개월 전부터 중병에 걸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무샤라프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무샤라프 대통령은 그가 순교자가 될 경우 파장을 우려해 살해하기보다는 격리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타임스>는 "부그티의 죽음은 발루치 주민들을 분노케 했을 뿐 아니라 무샤라프 대통령에게도 충격을 주었다"면서 "그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은 고의적이며, 대통령의 지시를 어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군부가 불안정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군 전체에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아시아타임스>는 "한 때 쿠데타설도 나돌았지만 무샤라프 대통령이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그를 흔드는 자들에게 역공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군부의 균열 정도가 아니라 반군의 대정부 투쟁을 포함한 내전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군이 반군지도자를 무참하게 살해한 사건에 대해 야당은 현 무샤라프 정권을 공격하는 기회로 삼고 있으며, 발루치 주민들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전국적으로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군은 즉각 주도인 퀘타 정부청사에 폭탄 공격을 감행했고, 주민들 역시 주 전역에서 경찰서, 관공서. 은행, 버스 등을 무차별 방화하는가 하면 곳곳에서 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했다. 지난 주말에만 퀘타 시내에서 유혈충돌로 민간인 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했으며 500여 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소요 사태는 수도 카라치에도 적색 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파키스탄 전역으로 번져가고 있다.

또한 야당 세력들도 각 정파 간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부그티의 죽음을 계기로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각종 분리독립 단체들의 연합조직인 발루치 야케타는 향후 15일간을 부그티 추도기간으로 정하고 더욱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이 단체는 지난해 12월 퀘타를 방문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 암살을 위해 로켓 공격까지 퍼부었을 정도로 무장력이 만만찮은 세력이다.

미국의 탈레반 진압 작전에도 타격

<아시아타임스>는 29일 "부그티의 죽음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발루치스탄에서 활동하는 데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FBI는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이 곳에서 최근 다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을 감시하는 작전을 수행해 왔다.

미국은 파키스탄이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은신처가 되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뿌리 뽑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파키스탄 정부에 제기해 왔다. 특히 탈레반은 파키스탄의 북서부 지역사회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지난 2001년 미국이 벌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정권을 상실한 이후 지난해 말부터 아프가니스탄 남서부를 중심으로 미 연합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여 '완벽한 승리로 끝난 전쟁'이라고 자부했던 부시 행정부를 불안케 하고 있다.

<아시아타임스>는 "탈레반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탈레반은 조만간 전국적 규모의 공세를 펼치면서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공화국'의 부활을 선언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시아타임스>는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테러 전략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 왔기 때문에 파키스탄 정부도 책임을 추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타임스>는 "무샤라프를 난처하게 할 상황은 이게 끝이 아니다"면서 "미국 정가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무샤라프를 교체하면 '대태러 전쟁'이 보다 효과적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쿠데타를 환영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전했다.

<아시아타임스>는 "부그티의 죽음을 계기로 무샤라프를 반대하는 세력이 연합해 이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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