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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전쟁은 없다. 물관리 위기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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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전쟁은 없다. 물관리 위기가 있을 뿐"

[논란]"물은 너무 귀중한 자원이라 분쟁 대상 안돼"

"미래의 세계 전쟁은 석유가 아니라 물 때문에 일어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영국의 국방부, 세계은행(WB)의 일부 보고서들에서 제기된 '불길한 예언'이다.

그러나 '세계 물 주간'을 맞아 2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막돼 26일 끝난 국제수자원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물 전쟁'이라는 개념 자체를 일축하고 나섰다.

이 회의에서 "전세계 3분의 1이 이미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충격적인 발표가 나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국제 물 전문가들의 견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다.

민간 국제통신사 IPS에 따르면 국제수자원 회의에 참석한 각 국의 물 전문가들은 '물 전쟁'에 대한 예언은 비현실적이며, 이치에 맞지 않는는 주장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용역으로 물 관리를 주제로 작성돼 오는 12월 발간 예정인 <2006 인간개발 보고서>의 공동 저자 아루나바 고시는 "물 전쟁은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에는 좋지만, 물에 관해 협력한다는 소식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세계적인 물 부족 사태에 대해 경고가 나오면서 '물 전쟁'이 과연 현실적인 개념인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오랜 가뭄에 바닥을 드러낸 아마존 강 일부. ⓒ 연합뉴스

그는 "수자원 공유에 관해 양자 간 , 다자 간, 국경 간 협정 사례는 풍부하지만, 전부 또는 대부분이 신문의 좋은 기사감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물전쟁은 최소한 향후 100년 동안은 일어나지 않을 것"

멕시코에 있는 '물 관리를 위한 제3세계 센터' 소속 아싯 K. 비스와스 교수는 "물 전쟁은 최소한 향후 100년 동안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말 터무니 없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가 물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은 물 자체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면서 "물 관리를 잘못해 생기는 위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국제수자원회의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은 물 관리 전문가에게 국제 스톡홀름 물관리 연구소가 수여하는 상을 받은 학자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에 따르면 전세계 강 유역의 3분의 1은 2개 국 이상이 공유하는 위치에 있다.

전세계 강 유역은 262곳이 있는데, 아프리카에 59곳, 아시아에 52곳, 유럽에 73곳, 라틴 아메리카와 지중해 제도에 61곳, 북미에 17곳 등이다.

또 145개 국이 적어도 다른 나라와 공유하는 강 유역을 한 개 이상 갖고 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1948~1999년 사이에 수자원에 관해 1831건의 '국제적인 상호 작용'이 있었는데, 507건이 분쟁 성격이고, 96건은 중립적 또는 사소한 사건인 반면, 1228건이 협력 사례였다는 점이 주목된다.

유네스코는 "잠재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기록을 보면 공유하는 강 유역 문제는 분쟁보다는 협력으로 해결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국제적인 물 문제는 분쟁보다 협력으로 해결하는 경향"

국제수자원회의를 주최한 스톡홀름 국제 물 연구소(SIWI)는 "물 분쟁에 대한 논란은 10~20년 전부터 나온 것이지만,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면서 "그같은 주장은 다른 나라와 수자원을 공유하는 물 부족 국가들이 폭력적인 분쟁보다는 협력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경향이 있다는 수많은 최근 연구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SIWI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와 가자 지구에서 저항운동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도 수자원에 대해서만큼은 기초적인 수준에서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IWI는 "이같은 사실로 볼 때 물은 폭력적인 분쟁보다는 통합을 촉진하는 힘과 평화의 잠재적 원천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강조했다. 인더스 수자원 조약, 이스라엘-요르단 협정, 세네갈 강 개발 기구, 메콩 강 위원회 등은 국제적인 협력 모범 사례다.

IPS는 "미국 우드로 윌슨 국제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은 한 연구에서도 '물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문 제목들에도 불구하고 묵시록적인 이같은 경고들이 역사적 사실과 크게 어긋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아론 울프 등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지난 수천년 간 어떤 나라들도 수자원 때문에 전쟁을 하지 않았다"면서 "아무리 앙숙지간이라는 국제적인 물 분쟁은, 다른 문제들로 분쟁이 발생하는 와중에도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번 레바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리타니 강의 파이프라인을 파괴한 사례나, 스리랑카에서 지난 20년 넘도록 정부와 반군 간에 인공 수로를 둘러싼 분쟁이 벌어지는 등 '물 전쟁'을 연상케 하는 사례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한 국가 내에서나 좁은 지역 내에서 일어나는 사례라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45년에서 1999년 사이 같은 강을 경계로 둔 나라나 지역들의 협력 사례는 분쟁 사례보다 2배 이상 많다.

그 이유에 대해 이 보고서는 "물은 너무나 중요한 자원이어서, 분쟁의 대상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물은 상호 의존을 촉진하는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95년 당시 세계 은행 부총재가 "다음 세기의 전쟁은 물 때문에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국제적 수준의 물 전쟁'은 '허튼소리'이며, '물 부족'은 '물리적 양의 문제가 아니라 물 관리 부족의 문제'라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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