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에 이미 경기둔화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은행의 지적에 대해 재정경제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재경부는 우리 경제가 아직 상승국면을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24일 "공공부문 건설투자 재원이 풍부한 데에다 수해복구 사업과 지방 건설사업 활성화 조치가 시행되면 하반기에는 건설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면서 "상반기에 부진했던 건설경기만 살아나면 올해 우리 경제는 5% 성장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병원 차관은 이날 KBS 1라디오의 '라디오 정보센터 왕상한입니다'에 출연해 "2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8%에 그치면서 일부에서 경기둔화를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차관은 이 발언은 하루 전인 23일 한국은행이 '지난 1분기에 이미 경기둔화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 차관은 "상반기 성장률이 5.7%였기 때문에 하반기 성장률은 4.3% 정도만 돼도 연간 전체 성장률이 5%가 되고, 현재 추세로 볼 때 이는 무난히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융연구소 "경기정점 통과했을 수 있다"
이에 앞서 23일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소는 '최근 우리나라 경기변동의 특징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의 성장률 순환분석에 의하면 가장 최근의 경기 저점(잠정)은 지난해 1분기이며 정점(잠정)은 지난해 4분기"라며 "외환위기 이후 경기확장기가 평균 약 12개월로 짧아진 점과 원유가의 지속적인 상승, 원화 환율의 움직임 등 최근의 경기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 상반기 중에 성장순환 상의 경기정점을 통과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즉 경기확장기가 12개월 정도 지속된다고 볼 때 지난해 1분기에 경기가 정점을 찍었으니 그 다음 순서로 올해 1분기에 경기가 다시 정점을 통과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가 지난 1분기에 이미 정점을 찍었다면 현재는 경기하강 국면일 수밖에 없다.
이같은 한은의 분석은 최근 삼성경제연구소(SERI) 등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경기가 지난 1분기에 이미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한 것과 일치한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재경부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재경부는 경기확장기가 평균 20개월 정도 지속되며, 따라서 현재는 확장세에 있는 경기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병관 차관 "경기둔화가 아니라 경제성장률의 저하"
이 보고서의 내용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자 "한은이 재경부의 경제전망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그러자 한은은 이 보고서는 학술논문일 뿐 그동안 밝힌 경제전망을 뒤엎는 것은 아니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재경부 관리들은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박병원 차관은 이날 "하반기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데는 한은과 이견이 없다. 정부도 작년 말부터 이미 올해 하반기에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전년 대비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과 경기둔화는 다른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차관은 "전년 대비 성장률이 떨어지더라도 경기 판단에 중요한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1% 내외의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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