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사건과 관련해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최근 검찰에 비공개로 소환돼 조사받은 사실이 12일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홍 전 대사는 이달 10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에 출석해 에버랜드 대주주들이 10년 전 에버랜드가 발행한 CB 125만4천 주를 실권하는 과정에 공모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홍 전 대사가 에버랜드 주주사인 중앙일보의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1996년 12월 에버랜드 CB 인수를 포기한 것이 독자적인 경영판단 결과였는지, 아니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나 그룹 비서실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를 자세히 캐물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이건희 회장이 1998년 홍 전 대사가 대표이사로 있던 보광그룹에 중앙일보 주식 51만9000여 주를 무상증여한 것이 중앙일보가 CB 인수를 포기한 데 따른 대가였는지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 전 대사는 에버랜드가 CB를 발행했을 당시 2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었고 주식배당도 이뤄진 적이 없을 뿐 아니라 환금성도 없어 투자가치가 적다고 판단해 실권했다면서 CB 편법증여에 공모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수차례 연기됐던 홍 전 대사의 소환이 이뤄짐에 따라 이 사건과 관련해 아직까지 소환되지 않은 이건희 회장 부자와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등 핵심인사 3명도 조만간 검찰에서 조사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작년 10월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ㆍ박노빈 씨가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직후 수사를 재개한 이래 10개월 간 이 회장 부자와 홍석현 전 주미대사, 이학수 삼성 부회장 등 이른바 '빅4'를 제외한 약 30명에 대해 피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이 회장 부자가 출석하면 대주주들의 CB 실권을 막후에서 지시했는지를 조사하고 1996년 당시 그룹 비서실 차장이었던 이학수 부회장에 대해선 CB 실권 과정에 비서실이 개입했는지를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에버랜드 CB 발행과 대주주들의 실권, 재용 씨 남매의 CB 헐값 인수 및 주식 전환을 총체적으로 지시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해 왔다.
따라서 이 회장 부자가 소환되면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지닌 삼성그룹의 이 회장이 경영권을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방편으로 에버랜드의 CB를 재용 씨 남매에게 헐값에 배정하도록 지시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규명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에버랜드 CB 편법증여 사건이란 에버랜드 이사회가 1996년 10월 CB 발행을 결의하고 두 달 뒤 CB 125만4천여 주를 재용 씨 남매 4명에게 배정할 당시 주당 최소 8만5000원대로 평가된 CB를 7700원에 넘겨 '헐값' 시비를 낳으면서 법학교수 43명에 의해 고발된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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